[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빛과 그림자다. ‘국민타자’ 이승엽(40)의 폭발은 반갑기 그지 없지만 그 이면에는 이승엽에 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삼성의 전력 약화라는 그림자도 있다.
이승엽이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연습경기에서 연습경기 3호 홈런을 터뜨리며 폭발했다. 삼성은 이승엽의 동점 홈런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기록, 오키나와 연습경기 전적은 3승1무2패가 됐다.
최근 2경기 연속 홈런포 가동이자, 이번 캠프에서만 벌써 3개째 홈런포다. 이날 이승엽은 1회 첫 타석에서 대형 타구가 센터 펜스 앞에서 잡히자 “오키나와에서 너무 잘 맞아도 안 된다”고 했다.
모든 컨디션을 개막에 맞춰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3회 두번째 타석에서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이승엽은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때리며 4타수 2안타 2타점의 성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 이승엽의 폭발이라는 반가운 소식의 이면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까. 사진=정일구 기자 |
이승엽이 데뷔 이후 최고 타율을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한 위용을 캠프서부터 벌써 뽐내고 있다는 점은 더 없이 긍정적이다. 특히 스스로 팀을 이끌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이승엽이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이기에 더욱 그렇다. 캠프 기간 동안의 준비의 성과와 또 한 번의 진화 과정이 맹타로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타선은 오키나와 캠프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주전 1루수 채태인이 무릎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고, 박석민(NC)과 야마이코 나바로(지바롯데)가 빠진 것을 감안하면 득점력은 준수한 편이다. 일부 경기서 3점 이내의 빈공에 그쳤지만, 8점, 7점, 11점, 9점 등 폭발한 경기서는 시원하게 터뜨렸다. 리드오프가 유력한 구자욱은 연일 맹타를 때리며 올해도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절치부심한 김상수의 감도 매섭다.
하지만 여전한 고민도 남아있다. 바로 중심타선의 중량감 부재와 주전 2루수 찾기, 주축 선수들의 건강 문제다. 이승엽의 폭발을 넘을 이슈가 없는 삼성이다.
삼성은 연습경기 중심타선으로 아롬 발디리스-최형우-이승엽을 주로 내세웠다. 이중에서 이승엽은 제 몫을 하고 있지만 발디리스와 최형우는 아직 잠잠하다. 특히 발디리스는 캠프내내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 시즌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진짜 뚜껑을 열어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지금까지는 못내 미더운 것이 사실. 지난 2년간 타율 2할9푼7리 79홈런 235타점을 기록한 나바로를 대체해야할 자원인 발디리스가 아직 개시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소식은 아니다. 수년간 삼성 타선을 이끌었던 최형우가 정규시즌서 제 기량을 뽐낸다고 가정하더라도 삼성의 중심타선의 힘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지금까지 연습경기 상황이다.
주전 2루수 찾기도 난항이다. 백상원이 공수에서 한창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그런데 이를 대체할 후보군이 없다. 1군 풀타임 경력이 없는 백상원에게만 2루를 맡기는 것은 사실 모험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서 국내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조동찬의 상태가 좀처럼 빨리 올라오고 있지 않다. 거기에 또 1명의 후보였던 최재원도 지난 12일 미세골절 부상을 당해 국내서 재활 중이다. 12주 진단을 받아 개막전 합류가 어렵다. 백상원의 성장세는 고무적이지만 홀로 지키고 있는 2루는 아직 확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주전 포수 이지영도 재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아직은 선발 마스크를 쓰긴 힘든 몸 상태다. 더불어 채태인의 무릎 상태도 낙관하기 힘들다. 채태인마저 빨리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중심타선의 추가 약화는 불가피하다. 여러모로 지난 시즌에 비해선 야수진의 변수가 많은 삼
이승엽의 폭발은 반갑다. 하지만 이승엽에게 쏠리는 기대감이나 중압감이 지난해보다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그만큼 팀의 전체 전력은 떨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러 물음표를 갖고 있는 삼성이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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