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불과 1달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팀에 (고정)4-5선발은 없다.” 조상우의 부상으로 3+2 선발 체제가 된 넥센은 6,7명의 투수들이 선발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시범경기를 거치며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지만, 염 감독은 ‘먼저 선발 기회를 얻은 후보’들이라고 정의했다.
넥센은 그 동안 5명의 선발투수들이 원활하게 바통을 이어갔던 경우가 없었다. 특히, 큰 기대에도 젊은 국내 투수들은 녹록치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경험이 부족했다. 선발투수로 한 번이라도 풀시즌을 소화한 이도 없었다.
언젠가 고비는 올 테고 삐끗할 터. 상호 보완하며 메워가는 계획안이었다. 즉, 넥센의 4-5선발은 집단 운명체였다. 우선권이 부여될 뿐, 정해진 자리는 아니다. 넥센은 선발투수 후보들을 1년간 ‘돌아가며’ 쓸 계획이다. 2017년과 2018년을 위한 경험 쌓기 측면도 강하다.
↑ 박주현은 지난 22일 고척 LG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그는 신재영과 함께 4-5선발 우선권 1차 테스트를 통과해, 당당히 선발진 한 축을 맡고 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기회를 주기로 했다. 그래도 우선권의 혜택은 유효기간이 있었다. 최소 3경기. 자칫 최악의 경우, ‘예정대로’ 교대를 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먼저 기회를 얻은 건 박주현과 신재영이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올렸던 두 투수였다. 프로 입문 시기는 달라도, 나란히 1군 경기 출전은 제로(0).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박주현과 신재영은 벌써 넥센의 올해 ‘베스트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박주현의 묵직한 공과 신재영의 현란한 공은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 어려웠다.
신재영은 3경기에 선발 등판해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하며 3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74로 매우 짰다. 팀 내 최다승이자 (선발진)평균자책점 1위.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박주현도 지난 22일 고척 LG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3.92까지 낮췄다.
3번의 기회는 이미 끝났다. 박주현은 4번째 선발 등판 경기에서 활짝 웃었다. 그리고 신재영 역시 23일 4번째 호출을 받았다. 첫 시험대를 ‘A’의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고, 염 감독은 흡족했다. 넥센이 코엘로, 양훈의 초반 부진 속에 5할 승률 이상(9승 1무 8패)을 기록한 건 누구보다 강한 4-5선발의 힘 때문이다. 공교롭게 팀 내 1-3선발(피어밴드 2승 1패 ERA 3.00-코엘로 1승 3패 ERA 4.29-양훈 2패 ERA 8.80)보다 더욱 두드러진 활약상이다.
박주현, 신재영의 호투는 긍정의 바람까지 불게 했다. 다른 경쟁자에게 좋은 자극제다. 또 다른 선발 후보인 김상수는 현재 불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평균자책점 2.53으로 탈삼진 16개(10⅔이닝)를 기록했다. 유사 시 언제든지 선발 출격 대기 모드다. 김상수의 호투는 반대로 박주현, 신재영에게 피드백이 된다. 긍정의 순환 구조다.
4-5선발은 넥센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뚜껑을 여니, 재능 있는 젊은 선수는 철저하게 준비했으며, 듬직하게 성
염 감독은 집단 체제의 4-5선발이 22승을 합작해주기를 희망했다. 박주현(1승)과 신재영(3승)은 22일 경기까지 4승을 합작했다. 다른 후보들도 언제든지 교대할 준비를 마쳤다. 이 같은 페이스라면, 염 감독의 기대치도 상향 조정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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