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지난 26일 잠실 LG전은 임병욱(넥센)에게 잊지 못할 경기였다. 잘 해서가 아니다. 야구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해본 적도 없던 ‘큰 실수’를 했다.
누의 공과. 그 전까지 KBO리그 통산 31번 밖에 없는 기록이다. 1년에 1번 있을까 말까한 일인데, 임병욱은 32번째 기록자가 됐다.
1-2로 뒤진 8회초 무사 1루, 대주자로 나가 이택근의 타구에 2루까지 뛰었다가 우익수 채은성이 잡는 줄 알고 1루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타구를 잡지 못한 걸 보고 다시 몸을 돌려 3루까지 달려갔다. 이 과정에서 2루를 밟지 않아 LG의 항의로 누의 공과에 따른 아웃. 9회초 2사 만루서 타석에 섰다. 만회할 기회. 그러나 임병욱은 3구 삼진 아웃.
↑ 넥센의 임병욱(왼쪽)은 26일 잠실 LG전에서 8회초 무사 1루서 대주자로 출전해 누의 공과를 기록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너무 서둘렀다. 그래서 착각했다. 임병욱은 “2루를 밟은 채로 돌아서려 했다. 계속 밟고 있는 줄 알았다. 노아웃 상황이라 보다 한 베이스 진루 등 편하게 해야 했는데, 1점차로 뒤져있어 서둘렀다. 무리하게 홈까지 뛰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 한 미스플레이에 임병욱은 자책했다. 눈치도 보였을 터. 그런 임병욱을 동료들이 위로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 행동도 안 했다. 그냥 평소처럼 대했다. 임병욱은 “(누의 공과에 대해)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래서 더욱 고마웠다”라고 했다.
누의 공과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정수성 주루코치는 “아직 젊은 선수라 경험 부족에 따른 실수이기도 하다. 너무 급했다. 경기 중 잘 발생하지 않는 실수인데, 이번 경험으로 앞으로 안 나올 실수라고 생각한다. 값진 경험이다. 그 실수로 경기를 놓쳤으나 앞으로 1승보다 더 많은 승수를 가져다 줄 선수다. 빨리 털어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정 코치의 바람대로 임병욱은 툭툭 털어내고 있다. 임병욱은 “9회 찬스서 당연히 (적시타)를 치고 싶었는데 안 되더라”라며 “이제 지나간 일이다. 안 해도 되는 경험이지만 이왕 했으니 좋은 경험이라고 여기고 있다. 다음에 안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실수를 한 번도 안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것보다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 넥센의 임병욱(왼쪽)은 26일 잠실 LG전에서 8회초 무사 1루서 대주자로 출전해 누의 공과를 기록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