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시리아전을 어렵게 이겼지만 한숨을 고르게 됐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소집기간이 길다는 것은 다행이다. 여유 있게 시간을 갖고서 준비하겠다. 카타르전은 분명히 지금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난 3월 28일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마친 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이다. 힘겨웠으나 승점 3점을 따면서 본선 진출에 점점 가까워졌다고 홀로 낙관하던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렵다’ ‘졌다’ 같은 부정적인 사고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3개월 후 반전을 ‘자신’했다.
그 준비할 기회조차 가까스로 얻은 슈틸리케 감독이다. 경질 여부를 두고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여론도 좋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재신임을 얻었지만 더 이상의 ‘마이웨이’는 곤란했다. 유럽파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던 슈틸리케 감독도 기술위원회의 조언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들어 가장 폭 넓은 변화를 줬다. 사진=MK스포츠 DB |
그 험난한 과정을 거쳐 지난 22일 공개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다. 오는 6월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열릴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과연 선수 면면이 얼마나 바뀌었을 지에 대해 관심이 몰렸다. 그리고 카타르를 이길 전략이 무엇일지도 초점이 모아졌다.
한국은 4승 1무 2패(승점 13점)로 이란(승점 17점)에 이어 A조 2위다.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이 바짝 쫓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 이란을 제치지 못할 지라도 2위만 유지해도 월드컵에 갈 수 있다.
남은 3경기가 모두 결승이나 카타르전은 더욱 중요하다. 하루 먼저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 맞붙는다. 월드컵 최종에선 들어 원정 징크스(1무 2패)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이 카타르 원정을 그르칠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도하에서 얻을 것은 승점 3점 외 없다.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 슈틸리케호는 첫 걸음을 뗐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들어 가장 폭 넓은 변화를 줬다. 사진=MK스포츠 DB |
일찌감치 변화는 예고됐다.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실망스러운 경기의 연속이었다. 그 얼굴을 계속 밀고 갈 수가 없다. 시리아전이 끝나고 2개월 사이 또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부상 선수가 생겼고 부진한 선수도 있었다. 관점은 변화의 폭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폭을 키웠다. 24명의 소집 대상자 중 지난 3월에도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는 13명이다. 절반 수준에 이른다. 월드컵 최종예선 들어 가장 큰 폭의 교체다.
제주 유나이티드를 K리그 클래식 중간 선두 및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으로 이끈 이창민, 황일수는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조기 소집에 따른 골키퍼 엔트리 확대로 조현우(대구 FC)가 1년 6개월 만에 부름을 받았다.
2015 아시안컵 이후 슈틸리케호와 인연이 없었던 이근호(강원 FC)와 이명주(알 아인)도 오랜만에 빨간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근호, 이명주, 조현우, 이창민, 황일수 등 5명은 최종예선 직후 첫 발탁이다.
K리거가 많아졌다. 총 9명으로 37.5%의 비율이다. 셋 중 하나는 K리거다. 얼마 전만 해도 해외파 일색이었다. K리거는 극소수로 베스트11에는 아예 끼지도 못했다. “대표팀의 문은 열려있다”라고 앵무새처럼 말만 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 실천에 옮겼다.
코칭스태프, 기술위원회의 목소리를 좀 더 귀를 기울였는지 해외파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줄었다. ‘현재’ 잘 하고 있는 선수를 뽑았다. 모든 선수에게 긍정의 메시지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실전에 가용할지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기존 선수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라며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고 했다.
↑ ‘반가운 얼굴’ 이청용(사진 위)이 슈틸리케호에 돌아왔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번 명단의 키워드는 ‘베테랑’이다. 경험 많은 선수가 호출을 받았다. 1981년생의 곽태휘(FC 서울), 1985년생의 이근호, 김창수(울산 현대), 1987년생의 박주호(도르트문트), 1988년생의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이 새로 부름을 받았다.
이근호는 A매치 19골로 현 A대표팀 선수 중 최다 득점자(손흥민은 17골)다. 슈틸리케 감독이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근호의 별명은 ‘중동 킬러’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근호는 이청용과 함께 A매치 75경기를 소화했다. 곽태휘(56경기), 박주호(31경기), 김창수(24경기), 이재성(19경기), 이명주(13경기) 등도 수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4월 “우리가 좋았던 시기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일종의 암시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선수는 단연 이청용과 박주호다. 둘은 소속팀에서 설 자리가 줄어들면서 지난 3월 슈틸리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현재’ 소속팀 출전 및 촬약 여부는 대표팀 선발의 한 가지 기준이기도 했다. 달라진 것은 없다. 1군에서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한 채 2016-17시즌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크게 힘을 보태지 못했다. 박주호는 지난해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전이 유일한 소집이었다. 이청용도 7경기 중 3경기만 뛰었다.
둘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 ‘과거’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험을 중시했다면서 둘을 ‘와일드카드’라고 표현했다.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는 중압감이 크다. 본선 진출과 예선 탈락의 희비가 더욱 또렷하게 갈리는 막바지로 다다를수록 더 심해진다.
그라운드 안이 밖에서도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발탁 배경이다. 1년 사이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A대표팀이다. 구심점이 필요했다. 차두리 전력분석관도 떠났다. 스태프가 아닌 선수가 중심을 잡아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엇보다 분위기 쇄신이 우선이다. 기강을 잡고 소통이 돼 팀이 하나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전에서의 활용성에 대해서는 차차 지켜봐야 할 문제다. 아직 준비시간이 많이 있다. 둘 다 클래스가 다르다. 경험도 많다. 많지 않으나 출전한 경기에서 공격포인트(이청용: 중국과 1차전-박주호: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를 올리며 한국의 승리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A대표팀 안팎에서 존재만으로 의미가 크며 팀 케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는 축구계 시선이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가운데)은 칼을 바꿔 내달 카타르 도하로 떠난다. 사진=MK스포츠 DB |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3월 28일 시리아전을 마치고 가진 ‘장시간’ 기자회견에서 가장 흥분했던 상황은 ‘공격 전술’에 관한 질의응답이었다. 전반 45분 동안 변화된 3가지 전술로 시리아 수비를 흔들고자 했다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포지션을 바꿔 헷갈렸을 수 있다. 예전에는 너무 전술을 안 바꾼다고 비난하던데, 오늘은 자주 바꿨더니 논란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아냥거리는 말투였다. 단조로운 전술로 색깔 없는 축구를 한다는 비판에 대한 불쾌감이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9골을 넣어 A조 최다 득점 1위다. 그러나 7골을 내줬다. 공-수 불균형을 이룬다. 득점 유무를 떠나 공격 전개가 답답했다.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김신욱(전북 현대)의 제공권을 활용한 선 굵은 공격과 2선에서의 세컨드볼 활용으로 골을 노렸다. 그러나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반복적이라서 너무 뻔히 읽힌 전술에 상대 수비 조직력에 가로막힌 적이 많았다.
도하로 떠나 카타르를 이겨야 하는 한국에겐 득점이 중요하다. 그 상황에서 타깃맨 전술을 버렸다. 이정협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조커 김신욱도 제외됐다. 발탁 후보로 제기됐던 양동현(포항 스틸러스)도 이름이 없다.
공격 전술을 아예 바꿨다. 이근호,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잘츠부르크), 그리고 손흥민(토트넘)까지 최전방을 맡을 수 있는 옵션 모두 타깃맨 유형이 아니다. 스피드, 드리블, 침투 등 옵션이 다양해진다. 카타르 수비를 무너뜨릴 비기다. 8실점을 한 카타르는 무실점이 2번뿐이다. 그 동안 부분 전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씻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하다. 물론, 공격의 세밀함을 키워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좀 더 주목해야 할 조합은 수비다. 다른 포지션과 다르게 수비수 8명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기용했던 이들이다. 깜짝 발탁이 없다. 김민혁(사간 도스)을 빼고 다들 최소 1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박주호와 김창수는 우즈베키스탄전의 좌우 풀백이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7경기에서 단 1번도 같은 조합의 포백 수비를 구축한 적이 없다. 장현수(광저우 R&F)가 기본 축인 가운데 최소 1자리가 매 경기 바뀌었다 기존 자원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겠지만, 더 이상 실험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중원 파트너도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전까지 고심해야 할 요소다. 2개월 전 기성용과 호흡을 맞췄던 고명진(알 라이안)은 이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재성(전북 현대), 이창민 등 중앙과 측면, 멀티 플레이어가 가능한 이들이 있다.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둔다면 한국영(알 가라파)가 대안이다. 한국영은 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선발 3회)를 경험했다.
카타르는 A조 최하위로 탈락이 유력하나, 한국전에서 마지막 희망의 불꽃을 태우려는 상황이다.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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