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한 시즌 일정의 거의 대부분을 1위로 보냈던 KIA 타이거즈. 역대 타이거즈 팀 최다승 신기원을 이룩했으며 100만 관중의 새 역사도 썼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도 확정. 이렇듯 축하할 일 투성이지만 최근 KIA는 웃고 있지 못하다. 화려한 시작에 비해 끝이 흐지부지해질 것을 우려해서이다.
▲당황스러운 막판 선두수성 위기
KIA 입장에서는 기어코 바라지 않던 일이 일어난 9월24일이었다. 지난 6월말 NC에게 잠시 허락한 이후 3개월여 만에 두산에게 다시 한 번 공동선두 자리를 내줬다. 4월12일 이후 줄곧 지켜온 선두자리. 시즌 내내 수많은 도전을 받았어도 이겨냈던 KIA지만 이번에는 그 위기감이 다소 다르게 느껴진다. 잔여경기는 6번 밖에 없고 팀 기세는 하락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KIA는 여전히 확률적으로 자력우승이 가능하다. 6번의 잔여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된다. 혹은 4경기 남은 두산보다 2번 더 승리하면 된다. 다만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두산의 상승세가 매서워 남은 잔여경기에서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게 문제다. KIA는 기세싸움에서 크게 밀린 상태인데다가 현재 양 팀의 소위 사이클 차이가 확연하다. 쫓기는 KIA는 자꾸 스텝이 엉키는데 따라오는 두산은 발걸음이 경쾌하다.
↑ KIA가 시즌 내내 유지하던 선두자리를 지키는데 최대위기에 직면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선두수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KIA의 올 시즌을 바라보는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쉽게 상상하기 힘든 결과. 지지 않을 것 같은 팀, 최강 팀, 압도적, 한국시리즈 등으로 가득했던 KIA를 향한 수식어가 선두수성 위기, 역전패, 불안감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말았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다소 냉정해졌다. 1위를 지키고 있어 여전히 신뢰하는 응원이 많은 편이지만 9회말 6점차 역전패, 한 이닝 10실점 충격파가 적지 않았고 이는 고스란히 민심으로 이어졌다. 찬사가 아쉬움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높아진 기대감이 원인일까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가 이러한 최강팀 행보를 할 것이라 예상하기는 힘들었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팀 내 변화가 이를 이끌었다. KIA는 지난 시즌 5위로 시즌을 마친 뒤 비시즌 동안 최형우를 잡았고 양현종과 헥터를 잔류시켰다. 초반 부진했던 새 외인타자 버나디나는 이후 리그 최고 타자의 실력을 자랑했고 좌완투수 팻딘도 점차 기복을 줄여갔다. 시즌 초반 적극적으로 해온 트레이드는 KIA의 전력에 소금이 됐다. 외야수 이명기와 포수 김민식은 주전 이상의 존재감을 키웠고 김세현은 불안한 KIA 뒷문에 힘을 불어넣어줬다. 베테랑 김주찬과 이범호는 갈수록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줬으며 임기영과 같은 히트상품의 등장도 있었다.
그렇게 KIA는 1위에 어울리는 힘을 보여줬고 우려와 부담 속에서도 끝내 성적으로 증명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고 우승을 향한 꿈이 거대해졌다. 그래서일까. 최근의 불안한 행보와 두산의 위협적인 견제는 KIA와 KIA를 응원하는 팬들의 장밋빛 꿈을 깨워버린 셈이 됐다. 그러자 1위임에도 KIA를 향한 시선이 갸우뚱해지고 있는 것이다.
↑ KIA는 시즌 막판 선두수성이라는 어려운 미션에 직면하고 말았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각종 의미 있는 성과도 따라왔다. KIA는 23일 경기까지를 기점으로 한 시즌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지방구단으로서는 역대 롯데에 이어 두 번째인데다가 150만 가량인 광주광역시의 인구를 생각하면 초대박이라 말할 수 있는 수치. 게다가 시즌 82승을 따내며 종전 한 시즌 최다승(81승, 해태 타이거즈 포함)도 경신했다. 다승왕, 타격왕 등 시즌 후 정해질 유력한 타이틀홀더도 KIA가 주인공이 될 자리가 많다.
무엇보다 2014년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의 첫 가을야구가 확정된 부분이 크게 자축할 만하다. 과거 해태시절은 물론 2009년 KIA로서 우승했던 시기까지, KIA는 무등구장에서는 수많은 영광과 환희를 느꼈으나 2014년 새 구장 개장 이후는 한 번도 홈에서 가을야구를 치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은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끝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해 홈구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KIA 선수들은 평소 “챔피언스 필드에서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는데 드디어 그 때가 온 것이다. 여기에 더해진 100만 관중돌파, 그리고 시즌 최다승까지. 환희로 가득 찰 KIA의 9월이 될 요소는 많았다.
이렇듯 축하할 일 천지다. 하지만 9월말 현재 KIA는 웃고 있지 못하다. 구단은 안팎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첫 축제를 준비해야하는 시기인데 난데없이 싸늘한 시선과 비관적 전망에 발목 잡혀 당황해하고 있다. 첫 가을야구를 위한 준비도 보다 더 구체적이기 힘든 상황. 진출 자체는 확정됐지만 한국시리즈 직행과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것은 또 의미가 다르기에 모든 게 조심스럽다.
↑ KIA는 최근 부진한 행보 탓에 1위임에도 많은 비판과 아쉬운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KIA는 26일 홈구장에서 열리는 LG전을 앞두고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버나디나, 임기영, 최원준의 팬 사인회는 물론 기념카드 제공, 다양한 경품이벤트, 첫 선을 보이는 특별유니폼, 2018년 신인선수 인사, 선수단 전체 감사인사 등 다채롭고 풍성하다. 성적에다가 100만 관중까지 돌파했으니 지역 팬들과 이 정도 축하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팀이 살얼음판 경쟁 중이라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김기태 감독이 “시즌 내내 쉬운 상대는 없었다. (선수들이 우승에 대해) 스트레스 받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 2위도 충분히 훌륭한 성적이지만 시즌 내내 다듬고 키운 1위라는 성과를 막판 10경기도 채 남기지 않고 빼앗긴다면 내상이 적지 않다. 최근 우승경험이 많은 두산이 한국시리즈 직행까지 이뤄낸다면 그 경쟁력은 상상 이상이 될 전망. KIA에게는
자연스럽게 목표와 기대치가 커져버린 KIA. 경쟁은 담담히 팬서비스는 뜨겁게 해내려하지만 현재가 고비임은 부인할 수 없다. 축하받아야 할 시기에 제대로 된 축하를 받지 못하고 있는 KIA에게는 많은 것이 걸려있는 잔여 6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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