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24일 ‘빅버드’에서 벌어진 수원과 가시마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가시마의 골키퍼 권순태였다.
수원이 결승에 오르기 위해선 권순태가 지키는 골문을 열어야 했다. 그렇지만 단순히 득점 때문이 아니었다.
3주 전 ‘권순태의 비매너’로 두 팀, 나아가 두 나라가 신경이 곤두섰다. 권순태는 준결승 1차전 전반 45분, 실점 위기를 넘긴 후 자신의 앞에서 방해한 임상협을 신경질적으로 대했다. 발로 차더니 박치기까지 했다.
↑ 권순태는 8분 사이 세 골을 허용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전북 출신으로 수원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고 하나 과하고 비신사적인 행동이었다. 누구보다 냉철해야 할 골키퍼다운 행동도 아니었다.
그러나 주심은 레드카드가 아닌 옐로우카드를 꺼냈다. 이 판정 하나는 수원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수적 우세를 잡지 못한 수원은 후반 들어 2골을 더 내주며 2-1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권순태는 준결승 2차전에도 가시마의 골문을 지켰다. 경기 전 임상협과는 사과로 감정을 풀었지만, 수원 팬과는 아니었다. 수원 팬은 이날 권순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했다.
그럼에도 권순태는 흔들림이 없었다. 빠르고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수원의 공세를 차단했다. 전반 27분 코너킥 수비 때 최성근의 거친 플레이에 부딪혔지만 이번에는 격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팀이 충돌하는 걸 미연에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수원의 창이 더 예리했다. 후반 들어 더욱 거세게 두들기자, 권순태도 버티기 어려웠다. 한 골도 아니라 세 골을 내줬다. 후반 7분 임상협, 후반 8분 조성진, 후반 15분 데얀이 릴레이 골을 터뜨렸다.
공교롭게 임상협이 뚫어내자 더욱 뜨거워진 수원의 화력이었다. 권순태는 준결승 두 경기에서만 다섯 골을 허용했다. 8강까지 가시마의 실점은 9골(10경기)이었다.
↑ 권순태는 3실점에도 여러 차례 결정적인 선방을 펼쳤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하지만 최종 승자는 수원이 아니라 권순태였다. 가시마는 후반 19분 다이고 니시, 후반 37분 세르지뉴의 연속 골이 터졌다. 원정 다득
그러나 권순태가 골문을 열어둔 시간은 딱 후반 7분부터 15분까지였다. 후반 42분에는 몸을 날리며 수원의 슈팅을 잇달아 막아냈다. 권순태는 5골을 내주고도 웃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