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머지않아 많은 스키장들이 경영난에 문을 닫게 될 처지에 있어 지금처럼 문턱 낮은 스키장 이용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 경제지표는 매우 암울한 앞날을 예고한다. 글로벌 환경은 경제 우경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특정 대륙을 넘어 다수 국가에서 국제구제금융 조치가 줄을 잇는다. 과거 유가, 물가, 환율, 무역수지, 실업률, 국민 총생산 등 경제 요인의 변화에 여가소비는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특히 가계의 가처분소득 중 최우선 긴축 대상은 스키장 이용료 같은 여가소비 지출 항목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최근 2~3년간 수치만 보더라도 스키장 이용객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 대기업 자본을 바탕으로 시작했던 스키장들은 모기업 형편에 따라 사업 정리 우선순위 대상이었고, 천마산 같은 중소형은 물론 무주, 용평 등 대형 스키장들까지 많은 스키장들이 경영난으로 매각이나 폐업 수순을 밟았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현대성우와 무주(덕유산), 그리고 O2리조트 등은 경영난으로 사업을 중단 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스키장 경영 환경과 상황은 그 당시와 유사하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평창 올림픽 성공개최를 이유로 정부가 국민 장려와 관련 체육 조직, 동계 스포츠 민간 활동을 작게나마 지원한 덕에 겨우 버티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런 평창 올림픽도 이젠 끝나버렸다. 스키장들이 경영악화로 줄도산 할 경우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스키장 공급면적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이용 불편을 넘어 가격 상승과 서비스 악화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선진국 사례처럼 더 폭넓은 서민층의 이용 경험이 이루어지도 못한 채 다시 부자들의 전유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공간을 지킬 수는 없는 것일까? 관련 제도와 법, 그리고 우리의 인식과 문화에서 그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스키장들의 경영구조에서 특이한 것 중 하나가 거대 토지의 필요다. 상당수 스키장들은 관련 규제와 지리적 여건상 국유지를 일부 임대하여 개발·사용할 수밖에 없는 여건에 있다. 예컨대, 정부 부처들이 최대 주주인 하이원 스키장의 경우 88% 국유지를 사용하며, 용평리조트 62%, 무주의 덕유산리조트 51%, 엘리시안의 83%가 국유지다. 그리고 그 토지 사용료를 때마다 지불하고 있다. 국유지 비율이 높을수록 고정지출비용이 높아 경제 불황기에 중요 리스크 요인이 된다. 실제로 국유지 비율이 높은 용평은 IMF 사태에, 무주는 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에 두 번 모두 쓰러졌다. 그런 지금 정부는 토지 사용료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관련 법률들을 살펴보면 정책적 접근이 얼마나 구태적인 사고인지 느낄 수 있다. ‘스키장’을 명시한 법령들 중 산림, 국유재산, 토지이용 등 법률에서는 가장 강력한 규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산업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조세 감면이나 기업 지원 법령에서는 스키장을 아예 제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더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체육시설 관련 법률과 국민체육진흥법에서 조차 ‘스키장’을 모든 진흥, 지원 정책 배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전기, 물 등 각종 인프라 사용에서 산업체들이 받고 있는 정부의 지원이나 혜택은 꿈조차 꿀 수 없으며, 항상 규제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과 법안에서는 스키장 이용을 사치활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30여 년 전 모습 그대로다. ‘스키장은 유흥시설이다’ 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해본다. 스키관광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평창 올림픽까지 성공개최한 나라가 여전히 스키장 사업을 공간기반 생산 유발 산업으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캐나다, 뉴질랜드, 스위스 그리고 가까운 일본만 해도 스키관광 산업에 심혈을 쏟고 있다. 그들은 스키장을 단순히 겨울을 넘어선 4계절 관광 공간으로서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경제 중심 거버넌스 행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유흥시설’이 아닌 생산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각종 관련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문제 원인은 정부나 국회가 ‘스키장’을 ‘스키’나 ‘스노우보드’라는 엘리트 스포츠 종목으로만 바라보는 구시대적 인식과 접근 방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동계 올림픽 대표종목, 그러나 메달 하나 없는 불효 종목, 그러니 정치적 쓸모는 전혀 없는 그런 종목 정도로 여기는 건 아닐까. 따라서 스키장이란 공간도 관심 밖 사항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스키장은 이미 수백만 국민 개개인의 취미 활동은 물론, 동호회, 학생 교육, 그리고 행복한 가족 여행과 추억 쌓기의 공간으로서 겨울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 행복 공간’이다. 이 나라 청년들이 아이돌그룹 노래에서 삶의 행복을 찾는 것처럼, 한 시즌 체류를 위해 1년의 나머지를 아르바이트로 준비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청년들의 삶이며 행복이다. 글로벌 음료 기업 ‘레드불’의 사례에서 보듯이, 청년들 삶의 한자리를 메운 그 문화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로 재탄생하고, 사이버 공간을 통해 글로벌 문화·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과 행복, 그 문화가 중심이 되어 기술과 어우러져 가치를 창출하는 바람직한 미래형 경제 모습이 스키장이라는 공간에서 실현되고 있다. 이것이 진정 ‘창조경제’고, ‘4차 산업혁명’이 말하는 완성된 모습이다.
동계 올림픽을 치른 2018년이 지나지도 않은 지금, 우리의 행복 공간인 스키장이 무너져가고, 스키장이라는 특수한 사업이 창출해내는 수많은 일자리도 사라져가고 있다. 만일 지금의 경제 환경 위기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들이 경영난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예전처럼 줄도산으로 이어진다면 평창 올림픽도 끝난 마당에, 민간 사업자들은 더 이상 스키장을 지탱할 힘도, 모멘텀도 없다.
김헌일 청주대 교수(스포츠 산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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