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과 함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역대 2호)을 세운 김태형(52) 두산 감독은 개인의 성과에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흔히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 기록은 과거 이야기일 뿐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현재와 미래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다시 1위가 바뀌었다. 두산은 1일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NC에 6-5 역전승을 거두며 SK를 따돌리고 순위표 맨 위에 올랐다. 8월 15일까지 SK에 9경기 차까지 뒤졌던 두산은 짜릿한 뒤집기를 연출했다.
↑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김태형 두산 감독(오른쪽). 부임 후 5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사진(서울 잠실)=김재현 기자 |
두산은 기록 4개를 작성했다. 리그 최다 경기 차 역전 우승 및 최소 경기 차 우승을 기록했다. 또한, 팀 최초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및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도 달성했다.
두산의 우승 뒤에는 김 감독의 지도력이 있다. 2015년부터 두산을 지휘한 그는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100%를 이어갔다. 정규시즌 우승만 3번(2016·2018·2019년)이다.
역대 두산 감독 중 그보다 화려한 성과를 올린 지도자는 없다. 해마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에도 두산을 우승권 팀으로 만들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면서 강한 동기부여로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낸다.
두산의 성공은 곧 김 감독의 성공이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류중일 LG 감독(2011~2015년)에 이어 2번째로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을 세웠으나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감독으로 부임해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크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우승 등 각종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그런 걸 누가 알아주겠나”라고 말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현재는 일희일비한다. 감독의 고충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한 경기에 졌을 때 가장 힘든 사람은 감독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 지는 날에는 수많은 비난을 받는다. 이기는 날에도 누가 컨디션이 안 좋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라며 “지금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난 그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감독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장·단점에 관한 질문에 특별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알 수 없다. 그런 건 중요하지도 않다. 어떤 일을 하면서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고민만 할 뿐이다. 어려운 야구에 정답은 없다. 해답을 찾아갈 따름이다.
김 감독은 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들에게 돌렸다. “1~2점 차 승부가 많았던 4·5월에 선수들이 잘해준 게 버팀목이 돼 정규시즌이 가능했다”고 했다. 박세혁을 내 마음속 최우수선수(MVP)로 꼽았으나 전 선수들을 칭찬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NC에 고전하다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을 때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을 믿고 편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하루가 지났다.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 축포를 터뜨린 건 어제의 일이다. 또 과거가 됐다. 김 감독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을 꿈꾼다. 두산은 2017년과 201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다. 먼저 기다리고 있지만 ‘도전자’의 입장이다.
지난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에도 같은 길을 걷는다. 선수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