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호주 마약 밀매업자들의 처형을 둘러싼 양국정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호주 정부와 국제사회의 만류 속에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인도네시아에서 마약밀매를 하다 붙잡힌 앤드류 찬(31)과 뮤란 수쿠마란(33)에 대한 사형 의지를 접지 않자 양국 정부는 협박성 발언을 주고 받으며 설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호주 정부의 끈질긴 사형 집행 유예 요구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밀입국자’카드를 꺼내들었다. 12일 AFP통신에 따르면 떼조 뿌르지잣노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한 연설에서 호주에 ‘인간 쓰나미’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호주에 밀입국하려는 1만여명의 이민자들을 호주로 가도록 내버려 두면 호주는 인간 쓰나미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지역으로 호주에 밀입국하려다 붙잡힌 이민자 1만여명을 풀어버리겠다는 것이다. 불법 이민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호주 정부를 사실상 협박한 셈이다.
앞서 토니 애봇 총리 또한 협박성 발언으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달 애봇 총리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 복구 차원에서 호주 정부가 지원해준 기부금을 기억해달라고 말하면서 호주 마약 밀매업자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애봇 총리는 인도네시아가 기어코 사형집행을 단행할 경우 피해 복구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관련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이며 반호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대통령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조코위 대통령으로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당국는 이미 지난달 18일 브라질과 네덜란드 국민 등 외국인 5명을 포함해 마약 사범 6명을 총살형으로 사형에 처해 해당국가의 원성을 샀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이에 크게 반발해 현재까지도 주브라질인도네시아 대사에 대한 신임장 제정을 거부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소환해 강력히 항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인도네시아 당국의 사형집
곧 처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마약사범 중에는 호주인 두 명 외에도 나이지리아, 필리핀, 프랑스, 가나, 브라질 출신도 있다. 지난 5일에는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수천명이 모여 인도네시아 정부의 사형집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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