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으로 알려진 미국의 해병대 스나이퍼팀이 정작 저격총 사거리와 정확성이 턱없이 딸려 전장서 ‘굴욕’과 ‘위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군을 저격할 위치를 잡기도 전에 먼저 적군의 ‘총알세례’를 받는다는 얘기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이라크 시가전에서 해병대 스나이퍼팀은 ‘M40A1’ 저격총을 사용했다.
이 총은 지난 1960년대 베트남 전에서 최초 사용된 후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재 ‘M40A5’ 모델까지 나왔고 여전히 해병대의 주력 병기로 사용된다. 문제는 이 총의 사거리가 1000야드에 그친다는 것.
반면 미 육군이 사용하는 ‘M2010’과 영국제 ‘L115A3’ 등의 사거리는 이보다 훨씬 긴 1300~1600야드에 달한다.
또 중국군의 M99기관총 사거리는 무려 1900야드에 달할 정도인데 이런 총기는 탈레반·IS 등 테러리스트들에게도 흘러가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아프가니스탄 북부지역에서 해병대 스나이퍼팀을 이끌었던 벤 맥큘러 중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사거리가 턱없이 딸리다 보니 공중지원이나 포대지원이 올 때까지 숨어 있어야 했다”며 “총격전에 칼을 들고 간 격”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메리칸 스나이퍼’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며 미군 스나이퍼 팀의 명성을 전파했지만 실상 최강으로 꼽히는 해병대 스나이퍼팀의 실화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탄환의 경우에도 육군은 정확성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300윈체스트 매너넘’이나 ‘338 매그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탄환들은 보통의 탄환보다 무게가 무겁고 비·바람 등 날씨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반면 미 해병대는 이에 비해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경량 308 칼리버’ 탄약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얘기다. 정확성을 생명으로 담보삼는 스나이핑이 사실상 정확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 해병대는 구닥다리 장비 악명은 총 뿐만 아니다.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육군이 최첨단 ‘M1A1에이브라함’ 탱크를 몰고 다닐때 해병은 녹슨 패튼탱크를 갖고 쿠웨이트에 들어갔다. 패튼 탱크는 지난 1960년 베트남 사이공 시가전에서 사용됐던 기종이다.
한 익명의 해병대 스나이퍼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더 나은 훈련과정을 갖고 있어 문제없다는 식인데 만약 사거리 밖에서 발견되면 어쩌란 얘기냐”고 꼬집었다.
이 같이 해병대가 효율성이 떨어지는 무기를 고집하는 배경에 대해 WP는 해병대의 관료주의와 석연치 않은 거래선을 지적했다.
M40을 만드는 프리시젼 웨폰 섹션사(PWC)는 해병대의 자회사 격이다. 주요 경영진이 해병대 출신으로 도배되고 거래선도 해병대 밖에 없다. 크리스 쉐런 전 콴티코
다른 민간군수업체에 입찰하면 더 나은 조건의 저렴한 무기를 구입할수 있는 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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