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이란 핵합의안이 예상보다 쉽게 미국 의회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현재 미 상원에서 이란 핵협상 합의안(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지지하는 의원 34명을 확보했다.
이는 상원이 공화당 주도로 이란 핵합의 불승인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미 의회가 이를 무력화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상원은 3분의 2(67표)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을 수 있다.
바버라 미컬스키(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어떤 합의도 완벽하지 않으며, 이란과의 합의는 더더욱 그렇다”며 “이번 합의안이 이란의 핵폭탄 보유를 막는 유용한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이란 핵합의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상원의원은 모두 34명으로 늘어나 상원이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형식 요건을 갖추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상원의 지지표 확보는 이란 핵합의안에 대한 공화당과 이스라엘 정부의 반대 로비를 정치적으로 제압한 것으로 해석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AP 통신은 “공화당과 이스라엘 정부의 거센 반대에도, 기념비적인 외교 정책의 승리를 지켜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다수당인 공화당은 상원에서 이번 합의안에 대한 ‘불승인 결의안’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정치적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이상의 의미는 갖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안의 미국 의회 통과 여부는 하원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번 합의안에 대한 불승인 결의안을 채택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3분의 2 이상의 표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현재 공화당의 하원 의석수는 246석으로, 민주당(188명)과 무소속(1명)으로부터 44표의 이탈표를 끌어내야 한다.
현재 민주당 내의 유대계 의원과 유대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의 의원 10명이 이번 합의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공화당이 희망하는 만큼의 이탈표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이란 핵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소속 의원들에게도 하루빨리 지지입장을 공개 천명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서한에서 “의회 일정상 이란 핵합의안에 대한 논의가 오는 9일 시작돼 1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이란 핵합의를 지지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이 서한을 보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까지 100명 훨씬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지지 입장을 밝힐 것이고, 여기에다 개인적으로 지지입장을 전해 온 의원까지 포함하면 (공화당이 불승인 결의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우리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지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지난 7월 20일부터 60일간의 일정으로 검토기간에 돌입했으며 오는 17일이면 검토가 끝나 승인 여부가 최종 결판이 난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헌법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만일 의회가 이란 핵합의안을 거부한다면 중동지역은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또 이날 의회에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의 안보는 신성불가침한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체계를 비롯한 대(對) 이스라엘 안보지원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강력한 반대 로비를 의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친(親)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AIPAC(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의 마셜 위트먼 대변인은 AP통신에 “이번 합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폭스뉴스 인터뷰에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집무 시작 첫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부활하고 곧바로 미 의회로 건너가 제재를 더 강화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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