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 결과를 앞두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연초부터 버블논란을 낳았던 정크본드 시장에 펀드런(대량환매)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주식시장, 선물옵션 시장 등의 변동성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은 미국금리 인상의 여파를 막기 위해 위안화의 환율 관리 방식 변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당국자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필사적이지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이다.
◇ 정크본드 펀드런…고금리 회사채 불안 고조
지난 11일 뉴욕 증시가 투기 부적격등급인 고금리회사채 ‘정크본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2% 가까이 급락하는 등 정크본드 시장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이는 지난 9일 뉴욕 소재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서드 애비뉴 매니지먼트’가 펀드 환매 압박에 7억 8900만 달러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하고 청산 절차를 밟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줄줄이 관련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소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1일에는 뉴욕의 ‘스톤 라이언 캐피털 파트너스’가 자금 유출 압박에 4억 달러 규모의 신용 헤지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14일에는 고금리 신용 펀드인 ‘루시더스 캐피털 파트너스’가 포트폴리오를 청산하고 다음 달 운용자금 9억 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정크본드들의 환매 중단은 관련 펀드에 환매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으로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며, 정크본드의 손실이 확대되자 개인 투자자들이 관련 펀드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에 따르면 고금리 채권 펀드 중 에너지와 금속, 광업 관련 분야에 투자한 펀드는 전체의 20%에 달한다.
이와 관련 헤지펀드 투자자 칼 아이칸은 자신의 트위터에 고금리 ETF의 “매도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도 “(고금리의 신흥시장 대출 비중이 높은) 유동성이 부족한 채권에 투자한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저금리 환경으로 금융위기 이후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인기는 크게 높아졌다. 이 때문에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버블 논란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사한 2013년부터 줄곧 제기돼 온 문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고금리 채권형 뮤추얼펀드로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만 1000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에 고금리 채권시장의 규모는 1조 2000억 달러로 성장했다.
◇ 세계 주식, 외환, 원자재 시장 변동성 확대
미국이 2006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변동성은 크게 높아졌다.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14일 22.73포인트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11월 30일 14.81포인트에서 53% 급등한 것이다. 특히 지난 11일 주식시장이 급락할 당시에는 26% 급등해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주에만 4% 가까이 하락했으며 12월 들어서는 2.6%가량 떨어졌다.
일본의 닛케이 225지수는 12월에만 4.38% 하락했고,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2.96% 떨어졌다.
유럽증시도 전날 반등했으나 이달 들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독일 증시는 이달 들어 14일 기준으로 11%가량 하락했고, 영국 증시는 8%가량 떨어졌다. 프랑스 증시도 10%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전날 10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지만, 올 들어 19% 하락해 201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터키 증시는 이달 들어 7.87% 떨어졌으며 러시아 증시도 10.15% 급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는 재무장관 교체 소식에 미 달러화에 대해 5% 반등하기는 했으나 지난주 원자재 가격 하락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9% 가까이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제이콥 주마 대통령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지면서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로부터 국가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콜롬비아 페소화와 러시아 루블화도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에 이달 들어 미 달러화에 대해 각각 6.6%, 6.2%가량 하락했다.
스코티아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어느 정도 (미국의) 추가적인 긴축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며 “시장이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연준이 언급하는 것에 달렸다”고 말했다.
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37달러까지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유가는 11월과 12월 각각 10%, 12%가량 급락했다. 금값도 온스당 1063달러까지 하락했다. 금값은 지난달에만 6% 이상 하락한 데 이어 이달 반등하는 듯했으나 다시 1000 달러대 초반으로 고꾸라졌다.
◇ 中, 금리 인상 앞두고 환율방식 변경 시사
중국은 지난 14일 위안화 환율을 사실상 미국 달러에 연동해오다 주요 무역 상대 국가들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과 연동시킬 뜻을 시사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코앞에 두고 이뤄져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인민은행은 홈페이지에 논평을 통해 중국외환거래센터(CFETS)가 무역비중을 고려해 13개 통화 환율로 구성한 ‘CFETS 위안화 환율지수’에 위안화 환율을 연동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이를 정식으로 채택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인민은행이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에 고정해온 위안화 환율에 유연성을 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경우 하루 위안화 거래 폭을 달러화에 ±2%로 연동한 위안화 가치는 달러 이외 통화에는 절상 압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인민은행이 사전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추고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이같이 조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절상된 상태라며 추가 절하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 11일 발표된 CFETS 위안화 환율지수는 2014년 말 대비 2.93% 절상된 상태라고 인민은행은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같은 기간에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3% 절하된 점을 감안하면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추가 하락 여지를 주고자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CFETS 지수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4559위안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1년
역내에서의 위안화 환율도 전날 달러당 6.46위안을 돌파해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역내외의 위안화 약세 압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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