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촌 태어나 입양된 아이가 장관까지…프랑스에 감사”

↑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전 문화장관 <출처=트위터 >

한국계 입양인인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프랑스 전 문화장관이 갑작스러운 퇴임과 이에 이어진 심경 고백으로 프랑스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펠르렝 전 장관은 11일(현지시간) 퇴임 기자회견에서 “개발도상국 빈민촌에서 태어나 프랑스 보통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가 문화장관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 거의 없을 것”이라며 “프랑스에 감사하다”고 눈물로 소감을 전했다.
펠르랭 전 장관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6개월 만에 프랑스에 입양됐다. 한때 가족과 함께 파리 외곽 몽트뢰유에 있는 영세민용 임대아파트에서 3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뛰어난 학업능력을 발휘해 17세에 상경계 그랑제콜인 에섹(ESSEC)에 진학했으며,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국립행정학교(ENA) 등 최고 명문학교들을 거쳤다. 2012년 5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 직후 중소기업·디지털 경제장관에 임명된 이래 지금까지 장관직만 세 자리를 거쳤다.
이번 경질은 펠르랭 전 장관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뉴스였다. 그 전까지 아무 예고를 받지 못한 채 퇴임 당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경질 소식을 접해서다. 이에 자크 랑 전 문화장관이 “펠르랭 장관을 경질하기 전 개인적으로 사전 통보하지 않다가 마지막 순간에야 알렸다는데 올랑드 대통령이 인간미가 부족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퇴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자 펠르랭 전 장관은 트위터에 잇달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올려 스스로의 심경을 전했다. 그녀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어제 아레사 프랭클린의 노래 ‘리스펙트(Respect)’에 맞춰 춤을 췄다”며 “이 노래를 나와 함께 일했던 팀과 여러분 모두에게 바친다”는 글을 올렸다. 현지 언론은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내가 요구하는 건 오로지 작은 존중뿐” 문구를 지목해 올랑드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을 붙였다.
하지만 펠르랭 전 장관은 미국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가 부른 ‘나는 살아남을 거야(I will survive)’ 노래를 뒤이어 올리고 “어제 이 노래에 맞춰서도 춤을 췄다. 모든 곳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찾지 말아달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그녀는 한 누리꾼이 경질 소식에 펠르랭 전 장관이 충격으로 기절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자 “물론이다! 사람들이 내게 소금을 먹여서 헬리콥터로 병원에 이송했다. 그곳에서 24시간 동안 혼수상태로 입원해 있었다”고 응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문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