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미국 트럼프 지구촌 장악한…'분노 정치'
"진보적인 미국인들은 아직도 트럼프 현상을 11월이면 깰 악몽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설파하는 생각들은 정치적 힘을 과시하고 있다. 차세대 애국주의자들은 트럼프가 닦아놓은 길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이제 서구 극우의 기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외교 문제 수석 평론가인 기디언 래크먼은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나' 제하의 칼럼에서 트럼프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 AP=연합뉴스 |
그는 세계화를 거부하고 애국주의를 설파하며 서구와 이슬람간 '문명의 충돌'의 개념을 받아들이는 트럼프의 '사상'이 정치적 주류로 진입했다면서 설사 트럼프가 패배하더라도 이런 사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과 월스트리트, 대학 등 '엘리트'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 역시 트럼프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래크먼은 "트럼프는 불평등과 이주, 경제 위기가 늘면서 엘리트에 반대하는 주장의 설득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상식을 초월하고 때로는 인권도 서슴없이 무시하는 막말을 내세운 '성난' 정치인들이 세계 각국의 정치판을 휩쓸고 있습니다.
9일 필리핀 대통령선거에서 사실상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은 '강력범 즉결 처형'과 같은 초법적인 범죄 소탕을 내세워 '징벌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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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가 내세운 공약은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하겠다"는 등 기성정치에서 보기 어려운 극단적인 것들입니다.
그는 심지어 유세장에서 1989년 교도소 폭동사건 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에 대해서도 막말한 뒤 이를 비판한 호주 대사를 향해 "입을 닥쳐라"고 할 정도로 거침 없는 언사를 보였습니다.
두테르테가 얻은 또 하나의 악명 높은 별명으로는 '필리핀판 트럼프'가 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나서게 된 도널드 트럼프(69)의 기행과 통하는 부분인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막말 행진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는 멕시코가 미국에 보내는 것은 마약과 강간범이므로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방벽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외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극단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앵커 매긴 켈리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퍼부었고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는 등 미국이 전통적인 민주주의 가치로 자랑해온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신경도 쓰지 않는 행보를 해왔습니다.
브라질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가운데 차기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사회기독당 소속 자이르 보우소나르(61) 하원의원도 여성과 이민자, 동성애자에 대한 막말로 유명합니다.
그는 최근 호세프 대통령 탄핵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과거 군부 독재 당시 좌파 게릴라 활동을 하다 투옥된 호세프 등 여성 정치범들을 고문했던 군인에게 자신의 탄핵 찬성표를 바친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아나 다른 작은 나라들에서 오는 난민을 향해서는 "세계의 인간 쓰레기들이 브라질로 오고 있다"고 말했고, 아이티 여성들에 대해 "씻지도 않고 몸을 판다"며 아이티에서 오는 이민자들은 브라질에 병을 옮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자녀 다섯 명을 둔 그는 "나는 게이 아들을 사랑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아들은 사고로 죽는 게 낫다"고도 했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난민 유입을 거부하는 극우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대선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호퍼 후보는 난민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인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난민을 강력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정부를 해산하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만큼 '주류'는 아니지만 프랑스 극우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 역시 극단적인 언행으로 세를 크게 불린 정치인입니다.
그는 "12명의 난민이 당신 아파트로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인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벽지를 뜯기 시작할 것이다. 몇몇은 당신 지갑을 훔치고 당신의 삶을 짓밟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극단적인 언행을 공공연하게 펼치는 정치인이 인기를 얻고 실제로 권력을 잡기까지 하는 데는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 불안한 치안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유입되는 난민들에 대한 거부감 등에 동조하고 이를 더욱 자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점잖은 기성 정치인들이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데 분노한 유권자들이 솔직하고도 자극적인 신성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에는 좌우가 없습니다. '분노하라' 운동의 원조격은 스페인의 좌파 신생정당 포데모스입니다.
긴축 조치와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2011년 '분노하라' 시위에 뿌리를 둔 포데모스는 작년 말 총선에서 2위에 올라 30여 년 만에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상당수 유권자는 성별·인종·종교 등이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을 용납하지 않고 관용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필리핀에서 초법적인 범죄 소탕을 벌인 두테르테의 이력과 대통령이 되면 6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공약은 그를 대선 선두주자로 올린 일등공신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