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는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와 크게 달랐다. '미국 우선주의'가 최고의 가치로 강조됐고, 국민들에게 다른 나라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부추겼다. 통합을 수차례 얘기했지만 트럼프가 얘기한 통합은 자국 이익을 위해 미국인끼리 똘똘 뭉치자는 의미의 통합이었다.
우선 16분간의 취임 연설 중에 '아메리칸'이라는 단어를 16번이나 쓰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가 국정운영의 원칙"이라며 무역·세금·이민·외교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국, 미국인, 미국기업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일자리를 되찾겠다. 우리 국경을 되찾겠다. 우리 부(富)를 되찾겠다. 우리 꿈을 되찾겠다"라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었던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다른 나라 국경을 지키느라 우리 자신을 지키지 못했고,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면서 우리의 공장은 하나씩 문을 닫고 노동자들은 버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 직후 천명했던 인프라 재건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 땅의 인프라가 녹슬고 망가졌다"면서 "새로운 길과 고속도로, 다리, 공항, 터널, 철도를 새로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을 지킬 것이다.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국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때의 국경은 경제적인 의미의 국경으로 해석된다. 그는 "다른 나라가 우리 기업을 훔치고 우리 일자리를 파괴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만 보지 않겠다"고 했다.
외교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와 좋은 관계를 지속하겠지만, 모든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동맹을 형성해 과격 이슬람 테러 집단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앨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치 기득권 혁파 의지를 드러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도 표출했다.
그는 "오늘의 정권교체는 단지 행정부를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다"면서 "권력을 워싱턴DC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돌려주는 날이다"라고 선언했다. 기성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을 워싱턴DC로 상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도의 소수 그룹이 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하느라 국민들은 그 혜택에서 소외됐다"고 비난했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공장이 문을 닫는 동안 정치인들은 번영을 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는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가난에 갇힌 여성과 아이들, 묘비처럼 흩어진 공장들,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젊은이들,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범죄와 마약과 폭력들을 지금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1월 20일은 국민이 이 나라의 통치권을 되찾은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 말미에는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정치인들, 늘 불평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제 공허한 말잔치는 사라지고 행동하는 시간이 왔다"고 공언했다.
역대 가장 낮은 취임 대통령 지지율과 낮은 취임식 참여율,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 등을 의식한 듯 국민 단합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한 나라다. 다른 이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이고, 다른 이의 꿈은 우리의 꿈이며, 다른 이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이다"라며 "마음과 보금자리와 영광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피부색이 검든지 희던지 우리는 똑같이 붉은 피를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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