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보다 더 많은 표를 판매한 뒤 승무원 좌석이 부족하자 일부 탑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오버부킹(초과예약) 사태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전세계적으로 질타를 받는 가운데 해외 항공사들의 잇따른 과잉 대응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게트윅 공항을 출발해 자메이카로 향한던 영국항공 여객기가 출발한 지 4시간여 만에 대서양 테르세이라 섬 공군기지에 비상 착륙했다. 이후 이 항공사는 반투(65)씨와 조이(40)씨를 섬에 내리고 런던으로 돌아갔다.
영국항공에 따르면 이 둘은 비즈니스석으로 좌석을 옮겨달라며 기내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반투씨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암 투병 중인 반투씨는 다리 통증이 심해 비즈니스석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으며 이를 제지하는 승무원과 말다툼이 났고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이 자신을 끈과 수갑으로 팔, 다리를 묶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무원들이 마치 자신을 흑인 노예를 다루듯이 행동했다며 인권침해 논란도 제기했다. 반투씨는 흑인이다.
조이씨 역시 영국항공 주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영국항공은 이 둘이 연인 사이라고 했지만, 반투씨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니며 승무원들의 부당한 조치를 보다 못해 반투씨와 함께 항의했단 것이다.
같은 날 미국 애틀란타 공항에서는 이륙 준비 중인 델타항공 여객기가 출발 전 기내 화장실에 갔다온 승객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기도 했다. 이 항공기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위스콘신주 밀워키공항으로 향하기 위해 이륙 준비 중이었다.
여객기가 예정된 이륙시간을 1시간30분 이상 넘기고도 출발하지 않는 상황에서 화장실이 급했던 승객 해밀턴(39)씨가 급히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항공사 측은 "승무원이 '화장실을 이용하면 이륙을 할 수 없으니 잠시 참으라'고 제지했지만 그는 말을 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밀턴 씨는 "참으라고 해서 처음엔 자리에 돌아왔지만, 다시 30분 동안 대기해 어쩔 수 없이 화장실에 갔다온 것"이라며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후 기장이 등장해 여객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 승객 1명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교사인 해밀턴씨는 94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수학여행을 갔다오는 길이어서 이들과 동행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항공사 측은 비행기에 탄 모든 승객을 내리게 한 뒤 해밀턴씨만 빼고 다시 태웠다. 그는 이후 미국 연방수사국(FBI) 조사까지 받았다.
이 사건은 크리스타 로솔리노 변호사가 델타항공에 보낸 편지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편지에서 로솔리노 변호사는 "기내에서 쫓겨난 것은 해밀턴씨의 검은 피부색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항공사 측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항공법을 강화하고 기내 폭발물 설치 등을 감시하기 위해 이륙 전후 승객들이 반드시 착석해 안전벨트를 매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달 초에도 비행기 이륙 전 승무원의 제지로 화장실을 못 간 80대 여성이 결국 바지에 소변을 봐 승무원의 지나친 대응을 비난하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해밀턴씨는 항공권 가격 일부를 환불 받았지만 집으로 돌아갈 여객편은 다시 구입해야 했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을 출발해 켄터키주 루이스빌로 향할 예정이던 유나이티드항공 3411편은 오버부킹된 상황에서 승무원을 태우기 위해 승객들에게 자발적으로 내릴 것을 요구했고, 승객들이 이에 불응하자 공항 보안인력을 불러 베트남계 미국인 의사 다오(69)씨를 비롯한 4명을 임의로 끌어냈다. 다오씨는 이 과정에서 뼈와 이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며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최근 유나이티드항공과 합의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또 오버부킹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리를 양보하는 승객에게 최대 1만달러(약 1130만원)를 보상하기로 했다. 델타항공 역시 비슷한 액수를 자리 양보 보상액으로 내놨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7일(현지시간) 아예 오버부킹 시스템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내 주요 항공사 중 오버부킹 제도를 없애는 것은 저비용 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오버부킹과 관련해 1만5000명의 승객 탑승이 미뤄졌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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