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결속력 강화를 주장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유럽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난민 문제에 있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핵심 파트너인 이탈리아와도 STX 프랑스 국영화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가 조선사 'STX 프랑스'를 국영화하겠다고 결정하자 이탈리아는 배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STX 프랑스는 한국의 모기업이 파산함에 따라 이탈리아 국영 조선사 핀칸티에리가 지분 3분의 2를 인수하기로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와 합의가 돼 있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STX 프랑스를 국영화시키기로 입장을 바꿨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7일 "유럽을 선도하는 두 나라의 관계가 국가주의와 보호주의에 기반해서는 안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난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 델라 세라도 "이번 사건으로 마크롱이 유럽통합론자가 아니라 국가주의자임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마크롱의 친(親)유럽·개방경제 공약을 신뢰해온 다른 유럽 국가들도 뒤통수를 맞은 듯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유럽의 파트너가 신뢰할 만한 주주로 대접받지못하는데 어떻게 유럽이 일치단결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난민 문제를 두고도 마크롱과 EU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 유럽행 난민 행렬을 차단하기 위해 난민 출발지인 리비아에 난민 자격을 미리 심사하는 난민촌을 설립하겠다는 마크롱 발언이 화근이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난민 문제에 관해 EU와 입장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확언을 여러 차례 했던 마크롱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말을 바꾸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U 집행위는 "난민 위기 대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받을만큼 난민 수용에 관대한 자세를 보였다. 난민 수용으로 인한 부담도 회원국들이 골고루 져야 한다는 입장도 견지해왔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난민 위기를 홀로 떠안다시피 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난민 분산을 위해 마르세유 등 유럽 다른 나라 항구도 난민선에 개방할 것을 촉구하자 이를 가볍게 일축하기도 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는 이런 마크롱의 행보와 관련 "마크롱은 이탈리아를 희생시켜가며 프랑스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돈독한 관계를 과시해온 독일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강한 EU'를 만들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태도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가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들을 상대하도록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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