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대출 신청을 해봤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창구 직원으로부터 각종 조건에 따라 우대해주는 이자율 할인 안내를 받는다. 우대조건을 충족하다보면 금리는 내려가고 나쁘지 않은 조건에 대출을 받는다는 안도감에 손해볼 것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KB국민, KEB하나 등 은행권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대출시 금리를 감면해 주고 있다.
은행권 공통 대출금리 할인조건을 보면 통신비, 공과금 등 3건 이상 자동이체 또는 아파트관리비 자동이체, 자사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이용대금 출금 실적이 있는 경우, 자사 신용카드 일정액 이상 사용, 적금 및 스마트뱅킹 가입, 급여이체 등이 대표적이다.
1년 동안 연체없이 대출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면 이자금액의 1%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곳(우리은행)도 있다.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의 경우 급여이체, 공과금, 자사 신용카드(구입자금 결제) 및 스마트뱅킹 등의 조건을 채우면 최고 1%포인트 가까이 금리를 깍아준다.
이런 금리할인 조건을 보면 크게 밑질 게 없을 것 같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많은 것을 내주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종종 ‘약탈적 조건’이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을 보자. 신용카드 사용 조건 충족시 1%포인트 금리를 감면해준다면, 이 조건을 유지하려면 신용카드를 계속 써야 한다.
비용이 적게는 대출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신용카드 회원 연회비를 계속 납부해야 한다. 자동차 대출이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상 1년 이상 신용카드 사용에 얽매인다.
그 결과 은행은 거래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면서 지속적으로 관계 상품을 팔 수 있는 추가 기회도 가지게 된다. 금리를 할인해줘도 손해볼게 없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대출에도 자사 신용카드를 일정액 이상 사용하면 금리를 우대해 주는데, 이 역시 지속적인 신용카드 연회비 부담을 시작으로, 종종 일정액 이상 사용 조건을 맞추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해야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는 게 경험자들의 얘기다.
직장인 이진성(가명·35) 씨는 “3개월 동안 일정 금액 이상 신용카드 사용 조건으로 전세대출 금리를 우대받았는데, 사용하는 신용카드가 많다보니 조건을 다 못채워 이자를 더 부담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급여이체에 따른 금리할인도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받을때 급여통장을 개설하면 은행입장에서는 고정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기도 하고 우량고객 확보 측면
은행권이 대출실행시 금리우대를 이유로 제시하는 적금가입도 금융소비자입장에서는 크게 이익은 아니다. 은행 대출재원을 다시 본인이 적금으로 채워주는 셈으로, 결과적으로 할인을 받은 만큼 은행의 대출재원을 조달해주는 구조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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