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 등은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상원에서 장기 예산안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에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재차 상승했다. 연방정부가 재원 대책 없이 세출을 늘리기로 하면서 재정적자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이 일제히 나서 '구두 개입'을 했지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불안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이와 달리 국내 증시는 모처럼 반등하면서 미국 증시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06포인트(0.46%) 오른 2407.62로 마감했다. 5일 만에 오름세로 전환해 2400선을 회복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무려 3.45% 상승하며 지난달 30일 이후 8거래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장중 한때는 4.45%까지 급등했다. 이로 인해 코스닥 시장에선 지난 1월 12일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2시 44분께 코스닥150선물 3월물 가격이 6% 이상 급등하고, 코스닥150지수가 3% 이상 오른 상태가 1분간 지속되자 코스닥 시장의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하루 앞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이 6% 상승했다. 시총 2~3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이 나란히 8% 이상 오르는 등 시총 20위권 종목이 빠짐없이 상승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급락세를 딛고 상승했지만 공매도 물량이 지난 7일 기준으로 6년여 만에 100만주를 넘어서면서 이전 후 주가 흐름이 주목되고 있다. 코스닥 추종 펀드에서 제외되면서 매도 물량이 나오고, 이에 따라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한 공매도 세력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등은 코스닥150 추종 자금과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가가 올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이틀째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드는 '왝더독' 장세가 나타나면서 겨우 2400선을 회복했다.
애초 옵션 만기일이었던 이날 기관의 매수차익 잔액 청산으로 코스피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증권사들은 전날 7000억원 이상, 이날은 6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매수 우위를 보이고 외국인도 이날 8거래일 만에 소폭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지수 하락을 막아섰다.
글로벌 증시가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오는 21일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월 회의록 공개가 1차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조정은 심리적 요인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심리적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변곡점은 21일로 예정된 미국의 1월 FOMC 의사록 공개"라고 말했다. 의사록을 통해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걷힐 경우 증시가 차츰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란
이 연구원은 다만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린 또 다른 원인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을 꼽았다. 그는 "원화 강세 영향 등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67%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고 있다"며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헌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