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5월 8일(08:5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스타일난다의 새 주인으로 확정된 가운데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인수전에서 손을 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PEF 운용사들은 '키 맨 리스크'(Key man risk)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키 맨 리스크는 회사가 한 명의 직원(대체로 창업주)에 과도하게 의존해 해당 직원이 없을 때 운영 리스크가 확대되는 현상을 말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키 맨 리스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탓에 스타일난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KKR, 칼라일그룹, CVC캐피탈이 인수를 포기했다. 패션 업계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김소희 대표 혼자서 회사를 키운 것은 대단하지만 이는 회사가 김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재무적 투자자(FI) 입장에선 김 대표의 부제 속에서도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화장품 사업 전문 인력과 노하우가 없는 PEF 운용사가 스타일난다를 인수해 지금보다 더 성장시킬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스타일난다는 김 대표의 개인 능력에 의해 성장한 회사다. 대표가 교체돼도 이미 구축된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는 다른 회사와 다르게 대표의 부제로 인해 성장세가 꺾일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기업 인수 후 기업의 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하는 것이 목적인 사모펀드로서는 이러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이와 같은 키 맨 리스크는 전략적 투자자(SI)인 로레알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풍부한 화장품 사업 노하우와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한 로레알은 PEF 운용사보다 키 맨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당초 스타일난다 인수전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높은 가격을 써내는 곳이 승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PEF 운용사들이 발을 빼면서 로레알은 예상보다 저렴하게 스타일난다를 사들일 수 있었다. 로레알은 스타일난다의 지분 100%를 5000억원대에 인수한
스타일난다 매각 주간사인 UBS 관계자는 "당초 알려졌던 4000억원대(지분 70%)보다 매각하는 지분이 많아졌으니 매각가도 높아졌다. 매력적인 가격에 팔았다"고 설명했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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