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세브란스병원에 위치한 현대그린푸드 급식사업소. 마스크를 쓴 채 위생 조리복을 입고 병원 시술용 장갑을 낀 조리사들이 파를 썰고 있다. 입구에 설치된 에어워셔는 영양사와 조리사 몸에 뭍어 있는 이물질을 100% 제거한다. 거의 반도체 공장 수준이다.
환자의 치료를 도와주는 병원 급식은 하루 평균 반찬 150종을 만든다. 일반 급식의 10배 넘는 가짓수다. 입원환자의 처방에 따라 염도와 수분, 조리, 식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 반찬이 수십가지로 나뉜다. 같은 시금치 나물이라도 골절상과 당뇨, 중증 환자 등의 치료 목적과 영양학적 요소를 고려해 볶는 기름과 밑간, 조리 온도 등에 따라 세분화된다. 일반 급식사업소보다 영양사와 조리사가 2배 이상 더 필요하며 일반 급식보다 30~40% 더 비싸다.
병원이 환자 치료식 투자를 늘리고 서비스 경쟁이 가열되면서 병원 급식 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13년 2조2000억 원이었던 병원 급식 시장 규모는 올해 2조49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위생과 치료식으로 승부하는 이 시장은 현대그린푸드와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등 삼두 마차가 이끌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서울아산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강동경희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대형병원 8곳에서 하루 평균 3만5000식을 제공하고 있다. 아워홈은 건국대병원과 일산병원, 명지병원 등 전국 60여곳에서 하루 평균 4만5000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제일병원 등에 납품하고 있다.
업체마다 차별화된 위생 경쟁력을 내세우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병원급식에 ‘날씨경영’을 적용하고 있다. 주단위 날씨정보를 활용해 날이 더울 것으로 예상되면 상하기 쉬운 음식을 단체급식 메뉴에서 아예 제외한다. 황사 예보와 급격한 기온 변화를 반영해 음식 분량과 식단을 조절하기도 한다. 회사측은 자체 영양사 교육을 통해 임상영양사를 양성하고 식품위생연구소 기능을 확대해 전문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아워홈은 병원 전용 식자재 브랜드 ‘행복한맛남 케어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저염·저지방·저당·저칼로리 등 ‘4저(低)’를 추구하며, 화학적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자체 전산프로그램으로 환자별 메뉴를 관리한다. 죽을 먹어야 하는 연식환자의 경우 고춧가루가 함유된 메뉴를 올리면 자동적으로 경고 알람 창이 뜬다. 심장질환 환자의 경우 하루 섭취 단백질 80g을 초과하면 알람창이 게시된다. 산모식의 경우 지속적이고 풍부한 영양 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식사는 1일 4식, 간식은 1일 2~3회 제공된다.
이들 업체들은 오는 6월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료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병원이 자체 직영 급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전문업체를 통한 위탁운영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강남과 이태원 등에 위치한 중동·러시아 현지식 레스토랑을 찾아 식습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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