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넘어‥가장 조화로운 다섯”
밴드는 일종의 생명체다. 뇌와 심장이 기능을 달리해도 혼자 떼 놓고 살수 없듯 모두 각각 제 기능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간혹 어느 부분에 고장이 나거나 기능을 못한다면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역시 밴드다.
“앨범의 주제가 ‘팬다그램’인 것은 다섯 명의 멤버가 가장 조화로운 방식으로 제자리를 잡았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이 조화를 만드는데 10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완전한 조화 속에서 탄생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단순히 각각 맡고 있는 악기가 다르다는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요한)
10년간 멤버 변화 없이 하나의 밴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과 영역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순수하게 음악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소위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누군가가 제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 누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분명 필요한 일이다.
“음악만 잘하면 된다는 걸 배우는데 10년이 걸렸다고 누군가가 말하면 그건 게으른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음악 하는 사람이 자기 혼자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은 일종의 아집일 수도 있다.”(혜승)
○ “기타 톤 하나 잡는데 두 달”
물론 음악부터 잘해야 한다는 건 진리다. 서태지에게 배운 것도 그 중 하나다. 주지하다시피 피아는 최근까지 서태지컴퍼니에 소속됐다가 전속계약이 끝나 독자적으로 활동 중이다.
“예전 피아 앨범에서 서태지씨가 사운드 수퍼바이저로 참여해 했던 역할은 단순히 결과물만으로 봐선 안된다. 하나의 기타톤, 드럼톤을 만들기 마이크 위치를 잡는 법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누구의 도움 없이 진행됐던 이번 앨범 작업에서 우리 역시 기타 톤 하나 잡는데 두 달이 걸렸다. 이는 분명 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태도다.”(헐랭)
더 중요한 것은 톤을 잡는 등의 각각의 멤버들의 개성을 더 선명하게 하는 작업과 이를 하나의 곡으로 완성시켰을 때 조화롭게 하는 두 가지 목표가 동시에 성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컬부터 시작해 모든 요소들이 튀면서 각각의 구성들이 조화가 돼야 하는 작업이다. 다섯명이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 말 처럼 쉬운일은 분명 아니. 10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음악을 했다는 것에 고마운 점은 각각의 멤버들이 자신의 역할 뿐 아니라 다른 악기들의 역할까지도 이해하고, 또 믿고 있다는 점이다.”(심지)
각 파트별로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슈퍼밴드가 탄생하지는 않는다. 밴드는 단순히 산술적인 개념으로 설명되지 않는 화학적 조합에 가깝다. 그리고 그 화학적 결합은 믿음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 “미국 투어라고 못 하겠냐”
새 앨범을 세상에 내놓은 뮤지션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난해한 질문은 ‘새 앨범의 콘셉트’다. 실제로 몇몇 밴드는 리더 한 사람이 앨범의 콘셉트와 새로운 음악적 방향, 향후 계획 등을 머릿속에 세워놓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 피아와 같이 다섯 멤버들이 서로 치열하게 살을 부딪쳐 앨범을 만드는 경우에는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란 설명이 가장 정직하다.
“사실 음악적으로 주제가 뭐다, 콘셉트가 뭐다, 새로운 시도가 뭐다 이런 얘기는 말하기가 어렵다. 단, 작업을 하면서 좀 더 알맹이가 단단한 사운드를 내자는 생각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근데 그거야 모든 음악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 아니겠나.”(기범)
실제로 어떤 스타일로 작업을 진행했다는 말은 우습다. 결국 그 말은 이미 세상에 있는 ‘스타일’을 따라 작업했다는 소리니까. 뮤지션은 오리지널리티가 생명이지 않은가.
“물론 하고 싶은 것들은 있다. 사실 우리는 꾸준히 크고 작은 공연들을 했고, 큰 페스티벌 무대도 서 오고 있다. 지금 우리 밴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솔직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공연도 더 많이 할 예정이다. 미국투어라고 못 하겠냐.”(요한) 그런 자신감이 밴드의 생명력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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