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잘못을 따지는 최후의 장소 법정. 공방의 현장은 살 떨리고 긴장된다. 재판에 관련된 당사자는 예상치 못한 논리와 공격에 당황한다.
한 쪽은 범죄 사실을 입증하려 하고, 다른 쪽은 의뢰인을 지키려 애쓴다. 항상 정의가 승리하는 건 아니지만, 법은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의 무죄를 확인시켜주고 또는 그 죗값을 치르도록 판단해준다.
![]() |
변호사 강성희(하정우)는 승산이 없다며 사건을 맡지 않으려 하나 점차 흥미를 느낀다. 접견한 철민이 자신을 믿느냐고 하자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는 데만 집중할 겁니다”라며 본격적인 재판에 나선다.
검사 안민호(박희순)는 증거는 없지만 정황 근거를 대며 철민을 몰아세우고 유죄를 입증하려 힘을 쏟는다.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은 자신만의 논리(혹은 주장)로 싸움하고 대결을 펼친다.
‘의뢰인’은 한국 최초 법정 스릴러를 표방했다. 적절한 짜임새를 갖추고 있고, 용의자·변호사·검사 간 인물 갈등은 폭발력이 있다. 가벼운 듯하지만 집중력 높고 실력을 겸비한 변호사에 하정우, 시종 무거워 보이는 엘리트 검사로 박희순,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용의자는 장혁이다. 이들 3명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최대로 끌어내 극을 완성시켰다. 조이고 푸는 상황을 적절히 조절, 긴장감과 흥미를 동시에 이끈다.
결말에 이르는 과정의 재미도 쏠쏠하다. 퍼즐을 한 조각씩 맞춰 나가다보면 몇 시간이 걸릴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완성이 되듯 사건은 실마리를 찾아 한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 |
하지만 그 부분에서 이 법정스릴러의 미덕을 찾을 수 있다. 쉽게 물음표를 지울 수 없다는 것. 용의자 철민을 향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할 때 그의 과거 전력이 드러나고, 살해당한 피해자로 나오는 유다인의 이야기도 전달된다. 민호의 아버지이자 성희의 은사로 나오는 최종원의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해소되진 않지만 사건의 흐름상 큰 관련은 없다.
법정 드라마 특성상 과정에서 보여주는 장면들도 중요하겠지만 ‘범인이 도대체 누굴까’를 생각하며 극에 집중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극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반응은 엇갈릴 듯하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강렬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 때문.
선고재판에서 배심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말로 마지막 기지를 발휘, 최후 변론한 강 변호사는 과연 철민에게 약속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냈을까. 범인은 누굴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