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외로 긴 자기고백이 10분 넘게 이어졌다. 아이돌 그룹 JYJ를 뛰어넘어 솔로 아티스트로 거듭난 김재중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자신은 스타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공연장은 나만의 ‘별’의 진솔한 발언에 소리 없는 눈물바다가 됐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2만 여 개에선 ‘행복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히 불치병 수준의 ‘김재중 바이러스’가 장내 가득 퍼진 뒤. 애석하게도(?) 치료약은 없어 보인다.
강렬한 붉은색 야광봉의 물결은 오프닝부터 시작됐다. 하늘거리면서도 이글대는 분위기가 연출되자 이에 화답하듯, 검은 퍼 의상으로 속살을 고스란히 공개한 김재중은 어느 때보다 섹시한 비주얼 락커로 등장했다.
‘9+1#’ ‘Butterfly’ ‘Rotten love’ ‘Kiss B’ 등 솔로 1집 수록곡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김재중은 ‘Now is good’ ‘Don’t walk away’ 등 강렬한 록 넘버를 이어갔다. 이어진 브릿지 영상 후 분위기를 바꾼 그는 ‘그랬지’ ‘사이고노 아메’ 등 발라드도 선보였다.
보컬은 더욱 원숙하고 편안해졌으며 감성은 깊고 정교해졌다. 수회에 걸쳐 아시아 투어 공연을 이어온 저력이다. 무대 매너 또한 수준급이었다. 한국과 또 다른 분위기의 일본 관객들의 마음까지도 쥐락펴락하며 은근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팬들 또한 오직 김재중의 페이스에 최대한 집중했다. 발라드에서는 숨 죽이고 듣다가 박수로 화답했으며 신나는 곡에서는 빠른 비트로 화답하며 점핑을 이어갔다. 그의 숨소리 하나라도 놓칠세라 박수마저도 조심스럽게 치며 특유의 일본식 매너를 보였다.
하지만 김재중 못지 않게 강렬한 한 방은 바로 팬들에게 있었다. 드레스코드명 ‘S.M’에 철저히 맞춘 관객들의 의상과 각종 코스프레가 고스란히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낸시랭도 울고 갈 과감하고 파격적인 코스프레 릴레이에 팬들을 들었다놨다 하던 천하의 김재중도 감탄해 마지않았다.
‘Glamorous sky’ ‘화장’ ‘코나유키’ 등 일본곡 레퍼토리가 이어지며 고조된 분위기는 ‘Ultra soul’에서 결국 터졌다(!). 공연장을 날려버릴 듯한 함성에 기분이 좋아진 김재중은 팬들을 향한 특유의 애정 넘치는 표정으로 여성팬들을 녹이기 시작했고 한 남성팬의 도움으로 1만 여 명이 하나가 되는 장관을 연출했다.
끝으로 ‘Modem best’ ‘Just another girl’ 등 솔로 1집 수록곡을 연달아 선보인 김재중은 공연 말미 김재중은 꽤 긴 시간을 멘트에 할애하며 일본 팬들에게 하고 싶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번 달 26일 딱 (데뷔) 10주년이 된다”며 “긴 시간 동안 실제 활동은 반밖에 못 했지만 기쁜 일, 힘든 일, 슬픈 일 있을 때마다 함께해 주신 기간이 정말 행복했고 기쁘다. 힘든 일이 있었어도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마지막 앙코르 ‘Paradis’를 팬들과 함께 합창한 김재중은 끝내 눈물을 보이며 퇴장, 아쉬움 속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무엇보다 김재중은 이번 콘서트에서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팬들과 한층 가깝게 교감했다. 현지 활동이 좌절된 4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건재했고, 시련의 기간 동안 이들은 더욱 끈끈해져 있었다.
팬들은 온통 ‘김재중 홀릭(holic)’이다. 공연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지난 8년이 부질없는 것은 아니더라”는 그의 말에 반문하고 싶을 정도로 김재중을 향한 일본의 열기는 뜨거웠다,
공연장을 찾은 오카타(18, 여)씨는 “김재중이 하는 록은 멜로디부터 패션 그리고 무대 퍼포먼스까지 모두 섹시한 것 같다”고 했으며, 하야테(20, 남)씨는 “김재중은 나의 우상이다. 그가 하는 음악, 패션, 타투 모두 멋지고 닮고 싶다”고 말했다. 또 노무라(22, 여)씨는 “여태까지 모든 공연에서 그랬듯 무대 위의 김재중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도 덕분에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김재중 바이러스’에 잔뜩 취한 오사카의 겨울밤은 그렇게 따뜻했다.
[오사카(일본)=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