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2014년 5월15일 개봉한 영화 ‘신촌좀비만화’는 3D 옴니버스 작품이다. ‘유령’ ‘너를 봤어’ ‘피크닉’ 총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 골라보는 재미를 높였다. 그중에서도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유령’은 신촌 사령카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직 사이버 세계에서만 사는 요즘 청소년들의 세상과의 소통, 감정을 담았다. 현실보다 확장된 가상현실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감각적이면서도 자극적이게 꼬집었다.
현실에선 존재감 제로이지만, 가상공간에서만큼은 존재감을 드러내며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현재의 청소년과 묘하게 닮았다. 가상공간이 주는 안락함에 만족하면서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를 통해 빠른 SNS 확산과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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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 살인사건’과 ‘소셜포비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SNS 마녀사냥’에 대해 사실적이면서도 극단적이게 비판했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백설공주 비누 회사에 근무하는 미모의 여직원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범인을 추측하는 증언들이 온라인상에 화제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백설공주와 살인사건이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만나 더욱 긴장을 더한다.
무심코 단 댓글이 한 사람에게 주는 엄청난 피해와 방심한 사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일촉즉발의 상황,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빠르게 SNS에 올려 전파시키고 당사자를 조종하는 SNS 마녀 사냥의 불편한 진실이 너무도 잘 표현됐다.
특히 범인이 아님에도 자신을 향한 대중의 질타에 스스로를 의심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황당하다. 하지만 이는 SNS 댓글을 통해 당사자를 들었다놨다하는 누리꾼들의 모습과 닮아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단지 영화로만 접할 수 없어 불편한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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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비아’ 역시 SNS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으로 인한 한 사람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파헤쳐가는 추적극이다. SNS의 극단적인 피해일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현실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필터링 없이 익명을 무기삼아 공격하는, 공격의 자유가 존재하는 SNS 문제의 실상을 실시간 생중계 형식으로 풀어내 더욱 리얼하고 문제점이 깊숙이 다가온다.
또한 얼떨결에 SNS 마녀사냥에 참여하게 된 사람과 SNS 중독자 등의 상황까지 적절하게 녹아내 그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대세남이 됐지만, 촬영 당시 독립, 다양성 영화에서만 인기를 유지했던 변요한과 이주승의 풋풋한 모습도 새삼 엿볼 수 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