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매우 은밀한 고민을 공유한 ‘특별한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영화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친구가 등장해 관객을 당황시킨다. 그러면서도 그 친구 때문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치는 주인공의 심정이 한 마디 대사보다 더 강렬하다.
지난 1월8일 개봉한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절친을 잃은 후 상심에 빠져 있던 주인공이 낯선 여자에게서 죽은 친구를 느끼며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을 다룬 서스펜스 코미디다.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가 주는 기대치와 달리, 9755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하며 매우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였다. 넘치는 상상력과 자신만의 색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는 영화감독 프랑소와 오종이 메가폰을 잡았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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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순식간에 친구를 잃은 클레어의 앞에 수상한 여인이 나타나고 그는 왠지 모르게 로라를 느낀다. 수상한 여인과 클레어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서로의 친분이 두터워질수록 클레어는 절친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 놈의 사적인 여자친구 때문에 클레어는 위기, 갈등, 혼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이 과정이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어 보는 관객들 역시 몰입된다. 그래서 잠시나마 사적인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를 생각하게 된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폭력적인 장면도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에는 없다. 그러나 영화의 반전이자 핵심 인물인 사적인 여자친구의 모습이 보수적인 사회에선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에 아무 문제없이 잘 살고 있었던 클레어의 성 정체성까지 흔들고 있어 아리송하게 만들기도 한다. 몇몇 관객에게도 거부감을 줄법하지만 특별하고 신선한 부분이 좀 더 커 일부분 이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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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 |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따르면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영상의 표현에 있어 선정적인 부분은 성적 행위 등의 묘사가 빈번하고 노골적이며 자극적인 표현이 있고, 그 외 대사, 모방위험 및 주제 부분에 있어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청소년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 즉, ‘보통’의 공포와 약물, ‘낮음’의 폭력성을 제외하곤 주제, 선정성, 대사, 모방위험은 ‘높음’이다.
영등위의 이 같은 등급분류 이유도 맞다. 하지만 사적인 여자친구 덕분에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클레어와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적인 여지친구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본다면 주제면에서 관객에게 주는 바가 많다. 소재 역시 한국영화에선 쉽게 다룰 수 없기에 생소하며 신선하다. 때문에 잘만 적용된다면 이런 소재를 활용한 영화 제작이 무궁무진해질 수도 있고 이는 곧 영화계의 다양성 발전으로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모방위험 역시 높은 건 맞지만, 너무 보수적인 사회에만 기준을 맞춰 이 같은 분류가 이뤄진 것 같아 아쉽다. 시대는 변했고 영화도 그 시대를 반영하며 진화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가 생각나며 사회에 기준을 두는 건 좋지만 조금은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2%라도 열린 시선이 필요하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