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식샤를 합시다2’의 미스터리 이주승, 그리고 KBS2 ‘프로듀사’의 방송국 요정 FD. 비밀에 휩싸인 이 배역들을 연달아 한 이주승, 이쯤 되면 ‘비밀 전문 배우’다. 그런데 이 ‘비밀 전문 배우’가 수줍게 고백하는 말이 반전. “저 은근 멜로 좋아해요.”
배우 이주승은 지난 2일 종영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이하 ‘식샤2’)에서 신분을 속이고 살아온 이주승 역할로 열연했다. 20일에 끝난 드라마 ‘프로듀사’에서는 백승찬(김수현 분)에게 늘 조언을 주는 FD로 등장했는데 마지막 회에서 결국 ‘방송국 귀신’이었다는 반전이 밝혀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렇게 종횡무진 반전의 사나이로 활약하다 이제 막 시작을 올리는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의 촬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그에게 ‘왜 이렇게 바쁘게 사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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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클로버컴퍼니 |
“작품들을 연달아 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프로듀사’에서는 한 회에 한, 두 신 정도만 나왔기 때문에 ‘식샤2’ 촬영에는 큰 영향은 없었다. 오며가며 이동 시간에는 자면 되니까 괜찮았다. 무엇보다 ‘식샤2’ 현장이 잘 맞아서 편하게 촬영한 덕분도 있다. 대기 시간 없이 빨리 찍어서 예민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루즈하지 않고 ‘맨 정신’에 촬영할 수 있었던 작품인데, 끝나고 나니 시원함도 있지만 섭섭함이 너무 크다.”
끝나서 섭섭하다고 말하는 ‘식샤2’에서 이주승은 미스터리한 역할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모두가 ‘쟤 뭐가 있는데 도대체 뭘까’라고 입을 모으며 ‘이주승 정체 맞추기’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여러 번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이주승은 “그렇게 궁금해해주셨다면 제가 생각한 의도가 잘 맞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식샤’ 시즌1을 봤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멜로와 먹방은 스토리를 만드는 요소고, 미스터리는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제 역할이 바로 저거구나 싶더라. 많이 속여야 하고, 궁금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제가 많이 (여지를)열어놓고 연기를 했다. 언뜻 제게는 이해가 안 갈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화장실 청소할 때에도 사이코패스처럼 표정 짓고. 그런 게 바로 장면과는 연관이 없지만 ‘궁금증을 높이려고’ 한 거였다. 그 연기를 할 때만큼은 내가 살인자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연기가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극중 이주승의 정체는 극 막판에 밝혀지는데, 이 때문에 이주승은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그는 “심지어 배우들에게도 제 비밀을 밝혀서는 안 됐다”고 말하며 답답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비밀이 밝혀지니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고 회상하는 이주승에 ‘반전이 생각보다 덜 깜짝 놀랐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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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식샤를합시다 / 프로듀사 방송 캡처 |
“드라마에는 ‘나쁜 사람은 결국 없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저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지만 깜짝 놀라는 건 한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 친구가 슬픈 사연이 있었다는 걸 시청자들에 느끼게 하는 게 제 목적이었다. 그래서 (결말에)만족한다. 어차피 놀라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궁금증을 유발해서 다음 회를 보게 만드는 게 제 목적이었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다. 목적을 달성한 것 같냐고? 저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시청률은 잘 나왔으니까.(웃음) 혼수상태에 빠진 이점이 할머니(김지영 분)에 깨어나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은 마음에 잘 안 와 닿았다. 결국에는 좋은 애인데 깨어나지 말라고 말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았냐. 하지만 할머니가 깨어나 감옥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찍으면서 마음이 많이 후련해졌다. 죄책감이 좀 사라지고.”
주승이는 미스터리한 인물이었지만 결국은 불쌍하고 고독한 인물이었다.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늘 도망자 신세로 살았던 주승이는 결국 안찬수라는 극중 본명을 찾았고, 자신이 실수로 밀어서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던 이점이 할머니에 용서를 빌었다. 모두가 웃음 지으며 해피엔딩을 맞을 때 혼자서 푸른 죄수복을 입고 감옥에 있었지만, 이주승은 극중 주승이가 분명 행복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승이도 결국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불안하고, 죄책감에 시달렸겠나. 부모님도 없고, 기댈 곳도 없고, 붙잡을 데가 없어 황혜림(황승언 분)에 집착하고. 하지만 다행히도 죽였다고 생각한 인물이 결국 안 죽었고, 돈을 가지고 도망친 것에 죗값을 치른다. 이후 주승이가 감옥을 나와 부모님을 다시 만날 수도 있고, 그래서 평범한 삶을 누릴 수도 있을 지도 모르지 않냐. 시간은 걸리겠지만 희망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저는 그 감옥 가는 장면이 야생동물이 치유 받으러 동물병원에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찬수로 살아갈 주승이는 분명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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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클로버컴퍼니 |
극중 주승이도 행복해졌을 것이라는 이주승은 정작 ‘식샤2’가 끝난 후 너무 섭섭했단다. ‘티를 잘 못낸다’고 자신의 성격을 소개했던 이주승 치고는 그 섭섭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식샤2’에 대한 그의 애착을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주승은 모두와 헤어지는 종방연 날을 떠올리며 종영의 아쉬움을 전했다.
“종방연 때에는 섭섭함이 컸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다들 보고 싶었다. 제가 촬영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 바로 떠났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도 너무나 아쉬운 거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 종방연 장소로 다시 갔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식샤2’ 사람들과는 두루두루 친했다. (윤)두준이와 동갑이라 더 친했지만 (권)율이 형이나 (서)현진 누나도 현장에서 거의 못 만났음에도 인연이 다 닿아 친근하게 지냈다. 황석정 선배님이나 김지영 선배님께서도 정말 재밌고 좋았다. 사람이 재밌으니 현장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어보니 의외로 이상우(권율 분), 구대영(윤두준 분), 백수지(서현진 분) 사이의 러브라인에 관한 장면을 답했다. 이상우가 구대영에게, 구대영이 백수지에게 ‘주제 넘은 짓 하지 마’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똑같은 대사인데도 너무나 다른 느낌이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여 수줍게 고백한다. 멜로를 ‘은근’ 좋아한다고.
“저 은근히 멜로라인 좋아한다. 그런데 왜 멜로 안 찍고 항상 짝사랑 역할만 하냐고? 저도 그게 문제다. 제가 짝사랑하게만 생겼는지.(웃음) 짝사랑이 아닌 ‘마주사랑’을 연기하는 게 제 삶의 목적이라고 가끔 농담을 한다. 제가 ‘본격 멜로 꿈나무’다. 앞으로 줄여서 ‘멜꿈’으로 불러 달라.(웃음) 그렇다고 ‘식샤2’ 속 멜로라인에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그 분들이 저보다 더 잘 어울렸다. 그래서 멜로라인을 흥미진진하게 보는 것에서 만족했다. 언젠가는 저도 멋진 멜로를 할 수 있길 바라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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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클로버컴퍼니 |
이주승은 ‘식샤2’와 동시에 ‘프로듀사’를 촬영했고, 이가 끝나자마자 바로 ‘너를 사랑한 시간’에 합류했다. 쉴 틈 하나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이다. 필모그래피를 보니 데뷔를 한 이후 딱히 쉬는 시간 없이 달려온 게 눈에 보였다. 왜 쉬지 않는 걸까. 문득 이주승에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쉬어도 할 게 없다”는 재밌는 답이 돌아왔다.
“제가 취미가 있거나 여행을 좋아하거나 하면 쉬었을 텐데 그런 게 없어서.(웃음) 또 제가 주인공으로 한 20부작 찍으면 저도 정말 힘들어서 쉬었을 텐데 제가 맡은 역할들은 체력적으로 힘든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연달아서 해도 무리 없이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아직 시기를 못 만나서 일을 못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다. 제가 힘들다고 해서 쉬어버리면 그 자리를 뺏길 수도 있고, 영원히 못 할 수도 있다. 그건 모르는 거다. 이쪽 세계는 운이 크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긴장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인지도도 많이 높지도 않고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도 아니라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다”
그는 드라마에 대한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데뷔 이후 쭉 영화만 하다 작년부터 쭉 드라마를 해왔다고 말하는 이주승은 “드라마에 대한 겁이 좀 있었다”고 회상했다. 시적인 표현으로 늘려놓은 마디 안에 많은 뜻을 내포하도록 만드는 드라마가 겁이 났지만 막상 해보니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어 재밌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겁 냈던’ 드라마 치고는 또 ‘피노키오’ ‘식샤2’ ‘프로듀사’까지 잘된 작품들만 참여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작품 운이 좋았다. 일단 기운이 있는 것 같다. 드라마 한 편이 잘 되면 그 속의 배우들에 대한 신용이 올라가고, 그 ‘대박 운’을 조금은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운 좋게 제가 좋은 작품들에 참여한 후 그 기운으로 또 다른 작품을 하게 되면서 운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저도 왜 연이어 캐스팅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정한 색깔이 있거나 한 배우가 아니라?(웃음) 어떤 배역에도 잘 녹아드는 외모라는 말은 좀 들었다.”
이렇게 종횡무진 활약 중인 배우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이주승은 “올해 영화 한 편 꼭 찍고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멜로꿈나무’ 이주승, 그는 작품에서만큼은 언제나 목마른 배우였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