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 기자] 사회적으로 수없이 공론화되고 이슈화됐던 다문화가족이 과연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 다소 무겁거나 어둡지는 않을까. KBS2 드라마스페셜2015 시즌2의 마지막 작품 ‘그 형제의 여름’은 이러한 우려를 떠안고 시작했으나 이는 결국 기우에 불과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잃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고 발랄한 어린이들의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28일 방송된 ‘그 형제의 여름’은 동길(최권수 분)이 아빠 국진(유오성 분)과 동생 영길(박이사야 분)이 친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했다. 1992년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서태지를 동경, 학교에서 그의 춤을 가장 잘 따라 추는 인기인 동길의 유일한 꿈은 서태지의 수제자가 되는 것. 이에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동생 영길과, 철부지 아빠를 못마땅히 여기며 남몰래 서울로 떠날 채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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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그 형제의 여름 캡쳐 |
동길은 상금으로 서울에 갈 비용을 마련하고자, 해운대 댄스경험대회 참가를 준비했다. 그러나 영길이 친동생이라는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며 함께 대회를 준비한 친구들에게 덩달아 따돌림을 당했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 받은 형이 걱정돼 곁을 맴도는 영길에게, 동길은 “나에게 말도 걸지 말라”며 “나에게 미안하면 한국 사람처럼 하얘져라”는 뼈아픈 말을 내뱉었다.
사건 이후 동길은 더욱 영길을 외면했으나, 영길은 서울에서 서태지를 만나고자 하는 동길을 어떻게든 돕고 싶어 했다. 비 오는 날에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떨어뜨렸을지 모를 동전을 몇날며칠 무작정 찾아 헤맸다. 동길은 몸살에 걸린 동생이 못내 걱정스러웠지만 이를 모른 척 했고 결국 돈을 훔쳐 무작정 가출 작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떠나기 바로 직전 동길은 국진과 숙자(안미나 분)의 이야기를 몰래 듣게 됐다. 숙자는 어수룩한 국진의 재산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쳤으나 애당초 신체적 결함이 있었던 국진이 숙자의 속내를 간파한 것이다. 국진은 사실 동길과 영길의 엄마는 같은 사람이고, 자신이 성기능을 해내지 못하는 까닭에 동길의 엄마가 미군 부대의 외국인과 바람이 나서 영길을 낳게 된 것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친동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늘 배척해왔던 동생 영길이 사실은 핏줄로 이어진 관계라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 동길은, 자신의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놀이터에서 돈을 찾다가 쓰러진 영길을 쫓아 결국 서울행을 포기했다. 응급실에서 정신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영길을 본 동길은 뒤늦게 동생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고 무릎을 꿇고 “동생을 제발 살려달라”며 울며 애원했다.
서태지를 만나겠다는 꿈을 접은 동길은 국진, 영길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살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세 부자가 동길의 꿈이 집결돼 있는 해운대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행사 MC는 무대에 오른 영길에게 외국인이냐고 동길은 “영길이는 한국인이며 내 동생”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했다. 세 부자는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에 맞춰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고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당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대변되는 서태지라는 소재를 통해 철없는 소년의 일탈기 혹은 성장담을 가볍고 귀엽게 그려냈으나 결국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큰 뿌리 또한 잊지 않았다. 한국 사람이 되라는 동길에 말에, 지우개로 몸을 박박 지우거나 하얀색 크림을 바르고 등장한 영길의 모습은,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해 상처받는 일부 아이들의 고통을 단편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주제의 무거움과 서사의 흥미로움 두 가지를 놓치지 않고 잘 저울질한 ‘그 형제의 여름’은 많은 이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