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이 방영된 지 만 1년. 그동안의 기간이 ‘안착기’였다면 지금부터는 롱런을 위한 끝없는 마라톤이 ‘복면가왕’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복면가왕’도 그 마라톤을 끊임없이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거치고 있는 것이 바로 ‘복면가왕’의 ‘명예졸업제도’의 필요성이다. 김연우, 거미에 이어 차지연까지 오랜 기간 가왕의 자리를 거머쥐는 가수들이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명예졸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연승제’로도 충분히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복면가왕’의 담당 PD인 민철기 PD에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복면가왕’에 ‘명예졸업’은 없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단칼에 ‘없다’가 돌아왔다. 민철기 PD는 김연우를 예로 들며, 가왕의 정체에 상관없이 그냥 무대를 즐기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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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연승제로 구상했고, 명예졸업과 같은 걸로 ‘끊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는 무대를 즐기고, ‘누구냐’가 아니라 ‘누가 깰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온라인상에서 시청자들이 누구인지를 추론하고, 그 무대를 즐기면서 이 대항자를 찾는 등의 ‘상호작용’이 생겼다. 그래서 ‘복면가왕’의 화제성이 높아지고, 그 화제성이 또 다시 무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작용들이 깨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우승자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칙을 적용하려고 했다는 민 PD는 “솔직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을 뻔 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솔지의 공개에 대해 고민했지만 정규 편성이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원히 솔지의 비밀이 묻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개를 했단다. 민 PD는 “솔지를 공개하지 않았으면 임팩트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사실 연승제라는 시스템은 ‘누가 깰까’라는 것에 대한 궁금증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캣츠걸’을 꺾기 위해 많은 실력파 가수를 투입했지만 오래도록 못 꺾었다. 재밌는 건 시청자들이 ‘캣츠걸’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보다 탈락한 실력파 가수들의 무대를 더 즐길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는 거였다. 저도 이 신기록을 다음엔 누가 깰지 궁금하다.”
물론 ‘복면가왕’이 이렇게 잘 되리라고는 처음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단다. 민철기 PD는 “시청률이 이렇게 잘 나올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그만큼 많은 관심이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민철기 PD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예능 PD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이 인기가 언제까지 갈까’하는 불안감, 그리고 인기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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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17%가 나오고 하는 일은 당연히 상상조차 못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시피 K본사의 삼둥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잡을 욕심은 더군다나 없었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더 잘 만들어야겠구나, 좋은 노래를 들려 드리고, 좋은 무대 보여드리고, 의외의 반전을 더욱 드려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런 민철기 PD에 ‘롱런’을 물었다. 많은 욕심이 없다던 민 PD도 그 순간은 “당연히 욕심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지’와 같은 해답은 아직도 찾는 중이라고 말하는 민 PD는 “결국 뻔한 대답이지만 좋은 무대와 좋은 반전을 주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롱런’을 위해 무턱대고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는 건 ‘독’이 된다고도 강조했다.
“시즌제라면 변화가 쉽지만, 레귤러 프로는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눈치 못 채게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프닝에서 복면가수 8명이 한꺼번에 나와서 무대를 보여주는 것도 그런 ‘눈치 못 채는’ 변화 중 하나다. 앞으로는 출연자의 이야기도 더 많이 담아낼 예정이다. 무대와 스토리를 병행하겠다는 거다. 출연자의 인간적인 이야기까지 귀 기울이는 ‘복면가왕’이 되고 싶다.”
민철기 PD는 “물론 그렇다고 지금 완벽히 ‘복면가왕’이 안착했다고 볼 순 없지만 이제까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단계였으니 시청자의 발에 맞춰 천천히 변화를 모색하고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안착’이 목표였다면, 이젠 ‘롱런’이 목표가 된 이상 부족한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돌아보고 채워나가겠다는 게 ‘복면가왕’이 ‘예능 마라톤’을 준비하는 자세였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