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춘할망'이라니, 제목부터 NG다.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김고은)와 오매불망 손녀 바보 계춘할망(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라는 짤막한 영화 설명도 별로다.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은 '최루탄 눈물 범벅 신파'라는 편견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눈물은 감동을 일게 해 자연스럽게 흐르고, 현실적인 이야기에 재미가 한 데 섞였다. 가족이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는 관객의 보편적 감성을 제대로 건드리고, 상영시간 내내 지루하지 않게 한다.
아들을 잃고 손녀와 함께 제주에서 사는 해녀 계춘. 평범하고 소박하기 그지 없는 할머니는 하나뿐인 손녀에게 애정을 쏟아붓는다. 6살 소녀 혜지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보다 계춘 할망이 좋다.
동네 사람들도 살갑다. 악역 김희원과 세련된 도시녀 신은정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순박한 시골 마을 부부로 할머니와 손녀의 삶에 함께한다.
평온한 삶이 계속될 것 같지만 누구나 인생은 그렇게 평온하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서울에 갔다가 손녀를 잃어버린 계춘. 오랫동안 혜지를 찾아보지만 허사다.
그러다 12년 만에 나타난 혜지. 쪼그만 소녀는 어느새 성장해 할머니보다 키가 컸다. 비밀도 있다. 의심스러운 구석이 하나둘이 아니다. 하지만 계춘은 하나밖에 없는 소녀를 몰라볼 리 없다며 어김없는 손녀 사랑에 열과 성을 다한다.
혜지의 과거 비밀이 영화를 궁금하게 하고, 재미있게 한다. 또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혜지의 재능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지점이다. 영화가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반전도 연관이 있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궁금증을 풀어간다.
까칠한 듯 보이지만 제자의 열정을 응원하는 미술 선생 양익준의 연기와 류준열의 악역 연기도 영화 보는 맛을 더한다.
엄청난 돈을 들인 할리우드 대작과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들이 개봉하기에 관심이 없을 듯하지만 무시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아무리 세상이 살기 힘들어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
적절한 눈물샘 자극은 관객에게 극장을 나서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까. 할머니나 할아버지여도 좋고, 부모님이어도 상관 없을 듯 싶다.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