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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생일, 인생의 반을 살지도 않았는데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아마도 현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웃음과 미소를 잃지 않는 슝둔은 현실에 굴하지 않았다. 꿋꿋이 삶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중국영화 '꺼져버려 종양군'(감독 한연)은 이제는 고인이 된 웹툰 작가 슝둔의 자전적 이야기다.
지난 2011년 8월 림프암 판정을 받은 그는 투병생활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2012년 3월 중국에서 연재해 인기를 얻었고, 한국에서도 '꺼져줄래 종양군'이라는 이름으로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강한 정신력이 온전히 느껴지는 이야기는 독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스크린에 구현된 이 작품도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슝둔의 태생적 에너지 덕에 관객을 기분 좋게 만든다.
경쾌한 만화적 설정을 영화로 표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주인공이 장풍을 날리고, 도로는 허공에 떠오른다. 좀비들의 습격에 총을 들고 공격하는 등 슝둔의 상상도 꽤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특히 골수 검사를 받은 뒤 깨어난 슝둔이 주치의 리앙(오언조)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를 떠올리며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부분이 웃음 폭탄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일부분을 빌려 웃음을 안긴다. 이 드라마 OST였던 린의 '마이 데스티니'(My Destiny)가 배경 음악으로 나오면서, 리앙은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사용하고 슝둔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두 사람은 한국말로 대화하기도 하는데 한국드라마 보기를 좋아했던 슝둔 작가를 표현한 방법의 하나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슝둔은 "웃으면서 행복한 채로 죽는 게 낫다"거나 "내 장례식에는 슬픈 노래를 틀지 말라"고 말한다. 여전히 긍정적이다.
영화 자체는 눈물을 강요하진 않지만, 슝둔의 곁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가족들만으로 관객에게 눈물 폭탄을 안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고하는 슝둔의 모습에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불행하다고 느낄 때, 과거가 행복했음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불행이라는 게 있기에 행복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행복은 항상 곁에 있다는 말도 된다. 불행하다고 느껴도 자신보
슝둔의 말처럼, 아무것도 안 하면 남은 평생을 후회하게 될뿐이다.
생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은 안타까운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이별계약'의 바이바이 허가 여주인공 슝둔을 연기해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12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