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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이 ‘도로 위의 묻지마 살인-음주운전’ 편을 6일 방송한다.
2016년 6월 10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도로에서 외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젊은 부부와 5살 아들, 외할머니는 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차량이 서 있던 가족의 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5살 아들은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바람에 촛불 꺼지듯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은 세 사람. 당시 가해 차량의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122%로 만취상태였다. 음주운전 사고로 한 순간에 세 명의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무엇보다 5살 시우는 집안의 유일한 아이었다. 가족들을 웃게 하던 보배 같은 웃음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취재진은 인천 일가족 사망사건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를 언론사 최초로 입수했다. 영상 속에는 끔찍했던 사고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의 영상 감정 결과, 만취상태였던 운전자는 정지신호를 수차례 위반하며 시속 140km에서 최고 149km까지 속력을 내 달리다 피해 차량과 충돌했다.
유가족은 이에 “승용차 테러라고 생각한다. 이게 테러지 뭐냐. 남은 살아있는 사람들 상처는, (마음) 속에 넣고 사는 거 아니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인천의 일가족 사망사건 이후, 경찰은 6월 13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전국 1547곳에서 일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했다. 단속 현장을 취재하던 제작진은 경찰을 발견하고 도주하는 차량을 포착했다.
잠시 후 경찰차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인기 힙합가수 버벌진트였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67%였다. 심지어 그는 일제 단속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 더욱 실망감을 안겼다.
일반인들도 음주운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일제 단속을 사전에 예고했음에도 2시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무려 584명이 적발됐다. 100일 면허 정지나 면허 취소를 당하고도 “괜찮을 줄 알았어요” “좋은 경험이죠” 같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0월 새벽, 환경미화원 유선용 씨와 박노흥 씨는 여느 때처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한적한 도로 위에는 잔뜩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차를 몰고가는 50대 남성이 있었다. 이 차는 점점 속도를 높이다 앞서가던 청소차와 충돌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유선용씨는 한 다리를, 박노흥 씨는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해야만 했다. 하지만 두 가정을 풍비박산 낸 음주운전 사고의 가해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누구보다 소중한 11살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도 법은 가혹했다. 집으로 향하던 초등학교 5학년 박성서 군은 그 날도 학교에서 배운 대로 횡단보도 앞에서 조용히 초록색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도로를 벗어난 스포티지 차량이 그대로 성서 군을 치고 지나가면서, 아이는 영영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사고가 난 이유는 예상대로 ‘음주’였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55%의 만취 상태, 심지어 현장에서 그대로 도주하다가 사고 순간을 목격한 한 시민의 추격으로 멈춰선 가해자. 그가 받은 최종 판결은 놀랍게도 ‘집행유예’였다.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는 억울한 판결 앞에 절규했다.
2014년 기준, 대한민국 음주 사망사고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율은 60%에 달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일까. 지난해 국내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24만 건이 넘어섰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
우리나라 인구 2배가 넘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2014년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는 단 227명에 불과했다. 음주운전 처벌법과 단속기준을 강화한 결과, 2000년에 비해 무려 82%가 감소한 결과였다.
이날 ‘추적 60분’에서는 음주운전의 끔찍한 실태를 추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알아본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