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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중국에서 사랑받던 한국 스타들이 현지 방송에서 얼굴이 사라졌다.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에 중국 방송사들이 당국의 압박에 눈치를 보면서 이같은 조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드 괴담'이 점차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황치열은 중국 저장위성TV는 지난 13일 '도전자연맹 시즌2'에 게스트로 등장했지만,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황치열의 얼굴이 앵글에 담겨야 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얼굴이 프로그램 로고나 자막으로 가려졌다. 21일 방송된 강소위성TV 음악예능 프로그램 '더 리믹스'에서는 싸이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됐다. 그와 함께 출연하는 그룹 아이콘 무대는 전체 편집돼 방송되지 않았다.
황치열은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이름을 알린 뒤 중국판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중국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한국 가수이지만, 중국에서 '성공 신화'를 쓴 가수다. 그러나 방송 한 달 전 녹화한 프로그램에서 얼굴이 편집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강남스타일'로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던 '월드스타' 싸이의 얼굴도 중국 방송에서 사라졌다. '더 리믹스'는 중국의 유명곡을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으로 새롭게 편곡해 경연하는 프로그램이다. 싸이는 지난 6월부터 멘토로 출연해 프로듀싱 능력을 선보였지만, 방송 편집에 이어 '더 리믹스' 메인 홈페이지에서도 그의 얼굴이 삭제된 상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치열과 싸이의 중국 방송 편집은 소속사에 따로 통보되지 않았다. 소속사들은 가수들의 방송분이 편집됐으나 제작진이 편집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었다. 향후 방송에 대해서도 일단은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가 없었던 '사드 괴담'이 점차 표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한국 드라마 팬미팅이 돌연 취소되거나 한국 배우의 중국 드라마 하차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중국 방송에 출연한 한국 연예인들이 갑작스럽게 화면에서 없어지는 일이 터진 것이다.
한국의 연예 관계자들은 중국 사업을 거둬들이기보다는 상황을 살피고 있다.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중국 온라인에서 17억뷰를 돌파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경쟁작에 밀려 동시간대 시청률 최하위지만, 중국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중화권을 겨냥해 제작한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은 시작됐거나 첫방송을 앞뒀고, 앞으로도 작품들이 줄줄이 제작될 예정이다.
가수들에게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대는 중국이다. 일본에서 한류가 맥이 빠진 현재, 중국팬은 한국 가수와 기획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고객들이다. 지난 20일 서울상암월드컵에서 개최된 빅뱅 10주년 콘서트에서도 국내팬과 더불어 수많은 중화권팬들이 관객석을 채웠다.
중국의 한국 연예인을 향한 '보이지 않는' 제재는 향후 누그러들 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제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애꿎은 연예인과 관계자들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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