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CD 한 장에 영화 한 편을 담아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러닝타임이지만 스칼렛 모조핀은 그 안에서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스칼렛 모조핀은 지난 5일 첫 번째 EP ‘어 새드 스토리 오브 더 니얼 퓨쳐’(A sad story of the near future)를 발표했다. 스칼렛 모조핀이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멤버 현쥬니와 김덥은 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지금은 배우가 더 익숙하지만 여성 록밴드 벨라마피아의 보컬로 활약했던 현쥬니와 음악신은 물론 연극, 독립 영화 연출까지 대중예술 전반에 걸쳐 활동해온 김덥(dub)이 애매모호하게 만나면서 스칼렛 모조핀이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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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문화인 제공 |
“개인적으로 전자음악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지인이 현쥬니를 소개해줬다. 운명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만나고 4개월 뒤에 음반을 내기로 했는데 작업이 1년 걸렸다. 시간이 걸린 이유는 보컬리스트 현쥬니가 아닌 크리에이티브로 발전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작곡이나 작사를 다 같이 했다. 프로듀서로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를 뽑아내고 싶었고 이야기도 같이 만들어가고 고민했다.”(김덥)
“저에겐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 홍대 밴드에서 연기자가 돼서 사는 삶에 갈증을 많이 느끼긴 했다.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에 나가다 보니 남의 노래만 부르는게 마음에 걸렸다. 대표님도 제가 무대에 서야된다는 걸 놓지 않았다. 처음엔 재미있겠다 싶었는데 중간엔 ‘못 해먹겠다’고 했다. 그걸 1년간 반복했다. 느닷없이 모호한 앨범이다.”(현쥬니)
스칼렛 모조핀의 이번 앨범은 총 6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인트로부터 마지막곡인 ‘노스텔지어’(Nostalgia)까지 하나의 콘셉트로 귀결되어 있다. 심지어 곡과 곡을 연결하는 시간 까지도 마치 계산을 한 듯하다. 스칼렛이라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근 미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영화 ‘에이아이’(A.I)에서 힌트를 얻었다. 1930년대 옛날 사운드를 재현했기 때문에 앨범 재킷 디자인도 당시 미국 만화 스타일로 완성시켰다. 앨범 아트워크는 곡들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에 영화 ‘에이아이’에서 착안했다. 사랑을 잃어버린 인간 세상에서 스칼렛이 사랑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다. 모조핀은 이야기 안에선 SMP라고 하는 마법 바늘이다. 사랑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고 음반 재킷을 넘기면서 들을 수 있게 제작했다. 콘셉트를 강조한 것은 아니지만 숨어있는 숨어있는 기호를 많이 심으려고 노력했다. 마지막곡인 ‘노스텔지어’는 부드러운 노래에 과격한 섹소폰 연주가 들어간다. 스칼렛이 인간이 되었다는 형태를 곡 안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형식미를 갖추려고 노력했다.”(김덥)
“이런 음악을 할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목표가 있어 머리털 빠지게 가사를 썼다. 가사를 쓰고 집에 가서 문자로 또 쓰고. 작업실에서 시체로 발견되는건 아닌가 싶었다.(웃음) 사실 창작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부르는 건 네가 써야지’라고 하더라. 가사가 많은 것보단 분위기로 갔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음악 시장에선 멜로디랑 가사가 정말 중요하더라. 그래서 ‘시티’라는 곡은 몇 번을 갈아 엎었다. 정말 집요하게 시나리오 쓰는 듯이 썼다.”(현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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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마피아로 활동하던 때와 현재, 현쥬니에게 현실은 달라졌다. 밴드 보컬에서 배우로 데뷔를 했고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가 되기도 했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음악을 대하는 생각도 달라졌을까.
“감회가 새롭긴 하지만 결과물이 다르다. 배우라는 직업이 많은 옷을 입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번 작업도 그렇게 접근을 했다. 이렇게 콘셉트를 잡아서 하는 건 처음이라 신선했고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진 와 닿지가 않았다. 이번에 CD를 받아 집에 가는 길에 차안에서 들었는데 마지막곡을 듣는데 짠하더라. 사람들이 들었을 때 다른 음악들과 다르다는 걸 느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요즘 음반 시장이 한 곡을 오래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지 않나. 언제든 꺼내 들을 수 있는 음악, 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왔다. 그래서 다음 싱글 주제를 바로 물어봤더니 화를 내더라.(웃음)”(현쥬니)
스칼렛 모조핀 작업을 하는 동안 현쥬니는 그동안 있었던 녹음실 공포증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김덥은 현쥬니의 시나리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접점을 찾고 힘을 얻었다. 머리털이 빠질 정도로 고생을 했다고 학을 떼던 현쥬니지만 김덥과의 다음 작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일회성이었다면 시작을 하지 않았을 프로젝트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EP가 한 편의 중편 영화라면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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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작업 속에서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됐다. 일회성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했으면 이렇게 안했을 거다. 대중가요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저희는 만났을 때부터 틀을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쥬니를 창작자로 엄청 높게 평가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기대하시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난관이 있겠지만 일단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누가 봐도 한몫 잡을 음악은 아니다.(웃음) 하지만 음악 적으로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김덥)
“음악으로 한몫 벌기보단 제 노래가 좋았으면 좋겠다. 그거면 되지 않을까. 연기도 마찬가지다. 돈이 먼저는 아니다. 그걸 쫓아가다보면 잃고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