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최고 영예는 영화 '라라랜드'에게 돌아갈 뻔했으나 결국 '문라이트'가 따냈다.
흑인 소년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문라이트'는 27일 오후(한국시간) 미국 LA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자가 실수로 작품상을 '라라랜드'로 호명했으나 '문라이트'가 주인공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처음이자 최악의 해프닝이다.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가 됐고, 엠마 스톤은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 미술상과 촬영상, 음악상, 주제가상까지 6개 부문을 석권했다. 미국 LA를 배경으로 꿈과 사랑을 둘러싼 두 남녀의 이야기가 황홀한 영상미와 음악이 한국 관객도 끌어들여 흥행에 성공했다.
사생활 논란이 일었던 케이시 애플렉은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남우주연상을, '문라이트'의 무슬림 배우 마허샬라 알리와 '펜스'의 흑인 배우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각각 남녀조연상을 따냈다. 흑인 배우가 남·녀조연상을 동시에 가져간 건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시상식은 최악의 해프닝과 함께, 무슬림 국가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법 행정명령에 대한 풍자와 비난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2년 '시민과 나데르의 별거'에 이어 올해 '세일즈맨'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2번째 수상하는 기록을 세운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발, 시상식에 불참했다. 파르하디 감독은 대리 수상자를 통해 감사인사를 전하면서도 "참석을 하면 우리 국민들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았다. 미국 이민국의 결정에 따른 우리의 의견을 표시하는 기회로 삼겠다. 지금 전 세계를 우리와 적으로 나누는 그런 행동은 전쟁을 나타내는 행동"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적 입장을 전했다.
진행자인 코미디언 지미 카멜은 이날 시상식 오프닝 멘트에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분열됐다. 미국이 한데 뭉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사람들이 긍정적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걸 우리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도 표하고 싶다. 지난해 오스카상은 인종차별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올해는 사라졌다. 트럼프 덕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카멜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했던 메릴 스트리프를 향해 "벌써 스무 번째 오스카 후보로 지목된 ‘과대평가된 배우’가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해 환호를 이끌어냈다. 앞서 메릴 스트리프는 최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은 뒤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을 했고, 트럼프는 트위터에 비난 발언을 한 바 있다.
다음은 수상작(자).
▲작품상=문라이트
▲감독상=다미엔 차젤레(라라랜드)
▲남우주연상=케이시 애플렉(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여우주연상=엠마 스톤(라라랜드)
▲남우조연상=마허샬라 알리(문라이트)
▲여우조연상=바이올라 데이비스(펜스)
▲각본상=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각색상=문라이트
▲장편애니메이션상=주토피아
▲외국어영화상=세일즈 맨(이란)
▲장편다큐멘터리상=O.J:메이드 인 아메리카
▲음악상=라라랜드
▲음향편집상=컨택트
▲음향효과상=핵소 고지
▲미술상=라라랜드
▲촬영상=라라랜드
▲분장상=수어사이드 스쿼드
▲의상상=신비한 동물사전
▲편집상=핵소 고지
▲시각효과상=정글북
▲단편영화상=싱
▲단편다큐멘터리상=더 화이트 헬멧츠
▲공로상=성룡, 앤 코츠, 린 스톨마스터, 프레더릭 와이즈먼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