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야식당2`에서도 마스터 역을 맡은 코바야시 카오루. 제공|마일스톤컴퍼니 |
“원작 만화 속 ‘마스터’는 나이를 먹지 않지만, 그래서 독자는 전혀 ‘마스터’의 늙음을 느낄 수 없겠지만, 저의 경우는 다르죠. 어느 순간 관객들이 ‘아, 마스터가 너무 늙어버렸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오겠죠.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기에…그런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까진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이미 제 일부가 돼버린 작품이니까요.”
이미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9년째 ‘심야식당’을 이끌어온 ‘마스터’ 코바야시 카오루(66). 그가 영화 ‘심야식당2’로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에게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오랜기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기분이 어떠냐”라고 물으니, “솔직히 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고 감사하고 영광스러울 뿐”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 2015년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일본 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심야식당’이 두 번째 시즌 ’심야식당2’로 찾아왔다. 작품은 오늘도 수고한 당신, 바쁜 현대인을 위로하기 위해 늦은 밤 불을 밝히고 음식을 대접하는 특별한 식당의 이야기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만화 ‘심야식당’이 원작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는 ‘비밀’ ‘도쿄 타워’ 등 히트작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심야식당’의 마스터 역할로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도시 뒷골목에 고즈넉이 위치한 심야식당의 주인이자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아무도 그의 과거를 모르지만 식당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는다.
↑ `심야식당2` 마스터 역의 코바야시 카오루. 제공|마일스톤컴퍼니 |
“‘마스터’라는 역할 자체가 기본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미스터리함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아요. 뭔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긴 한데, 이야기의 주인공이 ‘마스터’가 아닌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이기 때문에 잠깐 잠깐 등장하는 순간순간이 모여 ‘마스터’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거죠. 그렇다보니 너무 의식하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감독님과 식당을 찾아오는 인물들, 그들의 사연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된 것 같아요. 다만 손님들이 사연을 전달하는데 방해가 되진 않도록 노력했죠.”
’심야식당2’는 그동안 드라마를 통해 선보였던 40여개 에피소드 가운데 단 3개를 추려 엮었다. ‘불고기 정식’, ‘볶음우동과 메밀 국수’,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세가지 음식과 이와 연결되는 사연이 등장하는 데 모두 ‘삶과 죽음’을 연상시킨다.
그는 “세 편 모두 여성이 주인공인데 어떤 생명력 넘치는 젊은층이 아니라 30대 중반 이상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끈기와 근성이 있는 여성부터, 40대 후반의 어머니, 그리고 80대 할머니가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삶을 한창 구가하는 연령대가 아닌 거기서 한층 빗겨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이는 곧 ‘죽음’을 그린다기 보다는 이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생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세가지 에피소드에는 저마다 다른 주인공, 사연이 있지만 결국은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앞으로의 생을 응원하는 따뜻함이 깃들여져 있다. 그리고 마스터는 이들을 위한 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 잔의 술, 따뜻한 음식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에서는 전반적으로 ‘리얼리티’를 중시하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허무맹랑한 이야기 보단 현실성이 짙은 작품을 선호하죠. 그런 면에서 ‘심야식당’은 현대인이 겪는 고독, 그것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깊이 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다루고 있어요.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을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부디 누군가에겐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랍니다.”
‘심야식당2’는 가끔 상복차림으로 외출하는 ‘노리코’의 에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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