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탈당을 한 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모임의 깃발을 들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정동영 /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어제)
- "국민모임과 정동영이 승리하면 정치판의 지각변동이 올 것입니다. 정치는 겉돌고 서민과 약자는 기댈 곳이 없는 이 현실을 바꾸라는 그러기 위해서 이 중대 선거, 중요 선거. 관악을에 몸을 던지라는 요구, 그 무게 둘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제가 무엇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몸을 불사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국민모임, 그리고 정동영의 승리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진정한 심판이 될 것입니다. 여당도 야당도 정신을 차리게 될 것입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지금의 박근혜 정부도, 문재인 대표의 야당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습니다.
정 전 의원의 말은 얼마나 설득력있는 말일까요?
무엇보다 정 전 의원을 괴롭히는 것은 이른바 철새 논란입니다.
정 전 의원의 정치사를 한 번 보시죠.
▶ 인터뷰 : 정동영 / 열린우리당 탈당 당시 (07년6월)
- "대통합을 반드시 성공해서 저의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당의 잘못된 과거와는 과감하게 단절하겠습니다. 그러나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을 피웠던 영등포 당사의 정신만은 반드시 회복해 내겠습니다."
▶ 인터뷰 : 정동영 / 민주당 탈당 당시 (09년4월)
- "저는 오늘 잠시 민주당의 옷을 벗지만…"
▶ 인터뷰 : 정동영 / 민주당 복당 당시 (10년2월)
- "당과 당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또 하나 돼 승리하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 인터뷰 : 정동영 / 국민모임 신당 창당 당시(올해 1월)
- "저는 오늘부터 국민모임 신당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바람이 부는 광야라 할지라도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저의 소명이라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습니다."
▶ 인터뷰 : 정동영 / 재보선 관악을 출마 (3월30일)
- "정치는 겉돌고 서민과 약자는 기댈 곳이 없는 이 현실을 바꾸라는 그러기 위해서 이 중대 선거, 중요 선거, 이 관악을에 몸을 던지라는 요구, 그 무게, 그 둘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제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위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지만, 2007년에는 열린우리당도 탈당했습니다.
2009년 재보궐선거 당시 전주 덕진에 출마하고자 했지만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2010년 복당했습니다.
지난 1월 탈당까지 합치면 벌써 네 번째 탈당 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놓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당을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라고 비판합니다.
정 전 의원은 오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를 방어했습나다.
"이동한 것 맞다. 이동한 걸 철새라고 하면 얼마든지 말하셔도 된다. 저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고 있는 정치인이다."
철새가 아니라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앉아있는 몸이 무거워서 날지도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은 먹새 정치인이냐?"고 새정치연합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정동영 전 의원은 정말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걸까요?
과거에는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과거 정동영 전 의원의 발언들입니다.
▶ 인터뷰 : 정동영 /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2007년)
-"지금 받고 있는 의혹만으로도 미국 같으면 대통령 출마가 가능하겠나. 저는 한나라당 동지였던 박근혜 전 대표가 왜그 렇게 이명박이 되선 안 된다고 강력 반대했는지 이번에 와서 야 알았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같으면 출마 자격도 없다."
▶ 인터뷰 : 정동영 / 17대 총선 당시
- "(17대 총선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투표일에)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위라며 맹비난했습니다.
특히 정동영 전 고문은 야당의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말을 들어보죠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당대표 (정동영 출마관련)
- "이렇게 야권을 분열시키는 이런 행태들이 과연 그런 국민들의 마음에 맞는 것인지 지지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철새 정치인과 먹새 정치인.
어느 게 더 나쁜 걸까요?
도덕적으로 누가 더 나쁜가는 사실 정치적으로 의미는 없습니다.
당장 누가 당선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문 대표가 야권 단일화는 없다며 힘들지만 새정치연합 깃발을 달고 꼭 승리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호기'에 불과할 지 모릅니다.
몇몇 여론조사를 보면 정동영 전 의원이 당선 가능성이 높거나, 혹은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앞선 결과가 눈에 띕니다.
다급해진 문재인 대표로서는 SOS를 칠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관악을에 사는 40%가 넘는 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박지원 의원의 도움이 절실한데, 박 의원은 다소 시큰둥한 모습입니다.
박 의원은 “문 대표가 일주일 전 쯤 전화를 걸어 선거에 도와달라는 말을 한 것은 맞지만 한 번 전화통화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알았으며 잘 판단해보자"는 말을 했습니다.
박 의원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혹여 지난 전당대회때 상처가 너무 깊었던 탓일까요?
박 의원 쪽에서는 "자신들이 필요할 땐 박지원, 박지원하다가 당선되고 나면 도로 친노로 돌아가는 그들의 정치 형태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말이 들립니다.
그렇다고 당의 공식 요청을 거절할 명분도 사실 없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 정동영, 천정배 두 사람이 만약 당선된다면 침몰 직전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새정치민주연합과 문 대표는
30%를 넘나 든 당 지지율도 다시 추락할 지 모릅니다.
철새라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들 없이도 할 수 있다고 호기를 부릴 수 없는 처지인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과 문 대표의 고민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