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메르스 환자가 밥을 먹고 갔다고 알려진 부산의 돼지국밥을 찾았습니다.
그것도 딸과 손주 아이들과 같이 가서 국밥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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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죠
"이곳은 부산의 돼지국밥 집인데 메르스 환자가 밥을 먹고 갔다고 알려진 후 손님이 끊겨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딸아이 손주들과 와서 국밥을 먹었는데 안전에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점을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어린 손주까지 데려간 걸 보면 김 대표는 나름 메르스에 대해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려 했던 모양입니다.
마음놓고 식사해도 된다는 겁니다.
이 식당은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나면서 직원들이 모두 격리됐고, 손님도 뚝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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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점장의 얘기를 들어보죠
▶ 인터뷰 : 김영란 / 부산 메르스 환자 거쳐간 국밥집 점장
- "저희도 요즘 장사가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이후 아예 손님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준비를 저희도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가) 갑자기 오셔서 일단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덜 된 식사를 하고 가셨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확진자가 10분 머물렀다는 이유로 직원들 전체가 자가격리 상태고. 매출을 100%라고 얘기한다면 지금 3%밖에 안 되거든요. 100만 원이면 3만 원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면, 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해도 소독을 하고 나면 평소처럼 그대로 식당을 이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과도한 공포심때문에 이 식당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겁니다.
메르스 여파로 힘겨운 것은 이 식당 뿐 아닙니다.
하루 벌어 먹고사는 상인들과 붕어빵 노점상 등 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서 공포심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박수 받을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공포로 인해 경제위축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
-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메르스 발생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란다."
이 때문일까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 기준금리를 연 1.5%로 석달 만에 다시 내렸습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과 생산 둔화가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 인터뷰 : 이주열 / 한국은행 총재
-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뚜렷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메르스 사태가 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하지만 금리를 내렸다고 소비 심리가 살아날 지는 미지수입니다.
지금 1.75% 수준도 충분히 낮은데 경기는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았기때문입니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돈을 더 풀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리인하와 추경으로 경기 부양을 쓴다지만, 이 소비심리가 회복될 지는 전문가들조차 장담하지 못합니다.
경기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데다,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경기 심리를 누르고 있는 메르스 공포, 누가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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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바로 정부입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월요일 국회에 나와 분명히 한 말이 있습니다.
▶ 인터뷰 : 문형표 / 보건복지부 장관(8일)
- "아마 오늘(8일)이 가장 피크가 될 것 같습니다. 바라건대, 내일이나 모레부터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 월요일 피크고, 그 이후부터 상당히 안정될 것이라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확진자는 벌써 122명이나 됐고, 격리자는 4천 명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슈퍼 전파자가 속속 나오고 있어 언제 상황이 끝날지 모를 입니다.
문 장관의 말은 방역을 철저히 했을 때 소강된다는 의미였을 겁니다.
그러나 방역망은 이미 곳곳에서 뚫려 있었고, 문 장관은 이런 사실을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당국은 좀 더 솔직해야 합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경기 회복을 위해 섣부른 전망을 내놓아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불신만 가중시킬 뿐입니다.
그 불신이 커지면, 공포심도 덩달아 커지기 마련입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이 더 지속되서는 안됩니다.
금리인하도 좋고, 정치인들이 국밥을 먹는 것도 좋지만, 근원적으로 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좀 더 솔직해져야 합니다.
돼지국밥으로 대변되는 경제도, 메르스도 심리입니다.
그 심리게임에서 정부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겁니다.
그게 안타깝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