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아기부터 팔순 잡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춤추게 만들 수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이돌’그룹이다. 다들 모두 취향에 따라 격하게 아끼는 아이돌 그룹이 하나쯤 있을 법하다.
그렇다면 북한에도 ‘아이돌’ 그룹이 있을까? 물론 있다. 춤도 노래도 우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북한에서 이들의 인기는 남한 아이돌이 부럽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평양에서 잘나가는 북한판 아이돌은 모두 걸그룹이다. 이유가 확실치는 않지만 북한에는 이름난 보이그룹이 없다. 남한 연예계에서 매출·인지도 면에서 보이그룹인 EXO가 소녀시대를 압도하는 것을 생각하면 의아하긴 하다. 북한에 아직도 남존여비 습성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만 해볼 뿐이다.
북한 최고의 걸그룹, 이름을 들으면 좀 촌스럽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바로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이다.
이들을 악단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이들이 직접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기 때문이다. 악단은 전자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드럼 등 연주 파트와 가수들이 모인 보컬 파트로 나뉘어 있다.
데뷔로 치면 모란봉이 청봉보다 선배다.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집권 첫해인 2012년에 창단됐다. 그에 비해 청봉악단은 올해 7월 결성된 신인이다. 남쪽으로 치면 모란봉이 전통의 ‘소녀시대’라면 청봉은 요즘 제일 핫한 ‘AOA’정도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모란봉과 청봉은 이달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도 투입돼 내외 귀빈들은 물론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노래솜씨도 출중하다.
대부분 북한 가수들이 성악 발성을 기초로 한 창법을 사용하는데 들어보면(Youtube에 많이 있다) 정말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간다‘는 표현이 딱 알맞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동료 기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북한 사람들은 그냥 ’악단‘이라고 하면 으레 모란봉 악단을 지칭할 정도라고 한다. 평양국제공항에게 내리는 순간부터 공항에 모란봉 악단의 노래가 흘러나오더란다.
평양 곳곳에서도 모란봉 악단의 공연장면이 전광판과 선전물에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적인 의상과 선곡, 무대 구성으로 데뷔와 함께 인민의 ’완소‘ 그룹이 된 모란봉 악단은 과거 은하수관현악단에서 가수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기획부터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내기 악단이 청봉 악단은 등장부터가 파격적이었다. 청봉은 지난 8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공연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했다. 우리 식으로 보자면 데뷔 쇼케이스를 해외에서 한 셈이다. 이들은 모스크바 공연에 우아한 검은 색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서서 러시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는 결국
[김성훈 북한·통일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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