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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ace my wish for the girl’ 티셔츠 [사진 제공=D3] |
‘언제 어디서나 수요시위’ 티셔츠 속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세 여성 디자이너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 티셔츠는 할머니들과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가 기억되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제작됐다.
평범한 직장인 3명이 뜻을 모아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한 캠페인은 이틀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했고, 2주 만에 700%을 훌쩍 넘어섰다. 얼마 전엔 K팝 스타의 안예은양이 입고 나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캠페인을 이끈 D3(Designer 3) 이씨(31), 신씨(28), 김씨(28)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동료 사이다. 여성 세 명이 모이다 보니 여성 인권에 관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그 중엔 위안부 문제도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수요시위에 나가며 그들은 위안부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
“수요시위에 나가면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추운 날씨에 건강도 좋지 않은데 나와 계신 할머니들, 차가운 바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위에 동참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며 시위에 참여하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지난해 위안부 한일 합의 논란이 일며 그들은 ‘이젠 행동으로 움직여야겠다’고 결심했다. 한일합의의 타당성을 제쳐두더라도 피해자들의 괴로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특기인 ‘디자인’ 능력을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위안부’라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쉽고 친숙한 방향으로 풀어가는 데 주목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어디서나 입고 다닐 수 있는 티셔츠였다. 사람들이 티셔츠를 입음으로써 언제나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위안부 문제’를 부담스럽지 않은 주제로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그들의 첫 작품이었던 ‘Forget Never’ 티셔츠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잊지 말자는 뜻을 갖고 있다. 또 우리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할 권리가 있으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의미다.
K팝 스타의 안예은 양이 입었던 ‘Peace my wish for the girl’에는 할머니들에게, 그 시절 꽃다웠던 소녀들에게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씨, 신씨, 김씨는 소녀상을 만든 작가를 직접 찾아가 소녀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위안부와 관련한 애니메이션부터 다큐멘터리까지 모두 찾아보며 당시의 소녀들을 향한 평화와 안녕을 기리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말리기도 하고, 저희끼리도 이거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티셔츠 캠페인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고등학생부터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후원을 요청했고, 밀려오는 주문에 물량을 채우지 못했을 정도였다.
차곡차곡 모인 금액은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소개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했다. 정의기억단체로 기부한 금액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활동과 교육, 할머니들의 생계 지원 등에 쓰일 계획이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덕에 이들은 4~5월 중 여름용 ‘언제 어디서나 수요시위’ 반팔 티셔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이씨, 신씨, 김씨는 앞으로 사회구조적인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수요시위’ 캠페인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하거나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그러나 이들은 “가장 좋은 건 이런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는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수요시위 같은 작은 움직임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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