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이랑 모양은 비슷한데 더 매콤하다, 그렇지?" "쫀득쫀득해서 입천장에 자꾸 붙는 것 같아"
중국 노래 '첨밀밀'이 흘러나오는 서울 영등포구 신대림초의 한 교실. 조별로 모여앉은 학생들이 중국동포들이 주로 먹는 입쌀밴새를 나눠먹으며 웃는 얼굴로 서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교탁 대신 냄비와 식재료가 놓인 교실 앞에 서있던 다문화이중언어 강사가 "맛이 어떻냐"고 묻자 열 댓 명의 학생들이 앞다퉈 의견을 내놨다.
전교생 274명 가운데 63명(중국60명, 베트남2명, 호주1명)이 다문화 학생으로 구성돼 있는 신대림초.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1시간씩 '중국 문화의 이해'를 가르치고 있다. 수업 주제는 중국의 음식 문화와 명절, 한국과 중국의 학교 생활 비교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이다. 이성나 학생(4학년)은 "중국문화 수업은 중국 음식을 다같이 맛보고, 함께 역할극 연습을 하다보니 재미있다"며 "수업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중국문화와 중국어를 배울 수 있고 중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밝혔다. 언니가 중국에 있다고 밝힌 이 학생은 "예전엔 중국에 가도 중국어를 잘 못해서 말하기 무서웠는데 지금은 두렵지 않다"며 "중국 친구가 전학왔을 때도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니까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윤 학생은 가장 기억나는 중국문화 수업으로 동화 역할극을 뽑았다. 그는 "역할극을 할땐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중국에서 온 친구에게 중국문화나 중국말을 알려달라고 물어보면서 친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찬미 학생도 "우리가 하는 역할극을 촬영해 아침방송에서 10분 정도 틀어주는데 중국에서 온 친구를 서로 같은 팀으로 데려가고 싶어한다"며 "같이 있으면 중국말도 배울 수 있고 친해지다보면 가족같은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신대림초는 중국 학생들에게 하루종일 한국말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한국어든 중국어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문화와 언어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아이들이 보다 원활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방과후 수업으로 중국어와 한국어도 가르친다.
'중국문화의 이해' 수업과 방과후 중국어를 가르치는 배정순 다문화이중언어 강사는 "처음 왔을 땐 중국에 대해 모르는 한국 학생들이 많아서 막막했다"며 "학생들이 중국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고 힘들어하니까 어떻게 하면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배 강사는 교사용 지도서나 정규 교재가 없어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수업 자료를 만들곤 했다.
그는 "서로 이해하면서 거부감이 사라지고 말이 통하다보니 한국어를 못한다고 안 끼워주려는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학생들끼리 관계가 좋아지고 의기소침했던 중국 아이들도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변하자 학부모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국적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융합이 돼다보니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학부모들은 벽을 허문 아이들을 통해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5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딸이 중국에서 온 학생과 처음 짝이 됐을 땐 말이 안 통한다고 거부감을 보였다. 그런데 1학기가 지나자 서로 말을 배우고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며 "예전엔 학부형들도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벽을 만들곤 했지만 지금은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다보니 학부모들도 마음이 열렸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온 한 학부모는 "처음엔 한국말로 하는 수업이 어렵다고 해서 한달 정도 학원을 보냈는데 짝이 된 친구와 무척 친해지더니 매일같이 만나고 한국말에 금방 적응했다"며 "이러다 중국말을 잊어버리는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방과후수업으로 한국말과 중국말 모두 쓸 수 있게 되다보니 학교 측에 굉장히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 낸 윤향옥 신대림초 교장은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대림동은 우리 사회가 다문화로 진입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다문화 생태계에선 한국 학생과 중국 학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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