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1월 6일 뉴스초점-2학년 4반의 '교실헌법'

'학생도 하나의 인격체니, 당연히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아니 '아직은 미성숙 단계니, 통제와 체벌을 통해 가르치는 게 맞다'

어떤 게 옳다고 보십니까.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학생인권 3개년 종합계획을 둘러싸고 나오는 얘깁니다.

여기에 따르면 학교가 휴대전화 사용이나 두발·복장에 대한 교칙을 정할 때 학생회와 같이 정해야 하고, 체벌금지 대신 도입한 상·벌점제는 폐지됩니다. 학생의 인권이 강화되는 거죠.

상당수 교사들은 체벌도, 통제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학생의 인권만 강조하다 보면 안 그래도 떨어진 교권이 아예 바닥을 칠 거라고 걱정합니다. 지금도 체벌을 금하는 곳은 서울과 경기·전북과 광주뿐인데, 그보다 더 한 발 나간 종합계획을 내놓는 건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는 거라는 거죠.

그런데 이런 곳도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안 된다'
'인신공격은 학교에서도, 온라인상에서도 금한다'
'교사가 허용하는 시간 외엔 휴대전화 사용을 금하는데 이를 어기면 학생은 반발 없이 교사의 조치에 따라야 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교사의 제안에 따라 스스로 만든 '교실헌법'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불만인지가 아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게 했고, 그 결과 학생들은 스스로가 권리와 함께 책임을 만들어냈죠.

미국은 학생인권을 교육의 목적 내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복장이나 휴대전화 사용 등에 관한 규정은 학교 자율에 맡기되 체벌에 대한 것만 주 행정이나 법원에서 담당하는 식입니다.

우리 아이들이라고 미국 학생들만 못할 리 없겠죠. 학생들이 스스로 권리와 함께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교육, 시키는 게 아닌 스스로가 하는 진짜 교육, 이제는 시작해봐도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