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에서 구조한 유기견들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img.mbn.co.kr/newmbn/white.PNG) |
↑ 강동구에서 구조한 유기견들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 |
"멍멍! 멍!"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 '강동 리본(Reborn)센터'안에 들어서자, 커다란 진돗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우렁쳤지만, 유리창 너머로 사람을 쳐다보는 눈빛은 겁에 질려있었다. 누군가에게 두드려 맞아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목에는 치료 헝겊이 감겨있었다. 진돗개가 쉬고 있는 옆 칸에는 귀가 쳐진 갈색 푸들이 유리창을 박박 긁어댔다. 솜뭉치같은 새끼 몰티즈는 인형을 물고 촐랑대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범한 카페처럼 생긴 이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사람이 아닌 개였다.
![카페형 유기동물 분양센터 '강동 리본(Reborn)센터'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img.mbn.co.kr/newmbn/white.PNG) |
↑ 카페형 유기동물 분양센터 '강동 리본(Reborn)센터'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 |
서울 강동구청은 지난달 24일 성내동에 지자체 최초로 카페형 유기동물 분양센터 강동 리본센터를 열었다. 건물은 총 3층으로 1층에서는 주민들이 커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와 유기동물 보호장이 있으며 2층과 3층에는 분양 상담과 반려동물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 들어서 있다. 현재는 강동구가 구조한 8마리의 강아지가 있으며 향후 지속적인 구조를 통해 20~25마리까지 수용할 계획이다. 입구에 자리한 주방을 쳐다보다가 왜 하필 '카페형 센터'를 차렸는지 궁금해졌다.
![강동구청 최재민 동물복지 팀장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img.mbn.co.kr/newmbn/white.PNG) |
↑ 강동구청 최재민 동물복지 팀장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
센터에서 만난 강동구청 최재민 동물복지 팀장은 "유기동물 보호소나 분양센터 가보신 적 있냐"며 말문을 열었다. 가본 적이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가는 데 힘들지 않냐"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최 팀장은 "유기동물 보호소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라며 "분양을 하고 싶어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어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센터를 개소하기 전 강동구청은 유기견 구조 후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유기동물 위탁보호소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보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는 10일 이상 분양 공고와 입양 절차를 동시에 진행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안락사를 면치 못한다. 서울에서 보호소까지 가는 데만 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릴만큼 멀어 찾는 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카페(위)와 유기견 보호장(아래)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img.mbn.co.kr/newmbn/white.PNG) |
↑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카페(위)와 유기견 보호장(아래)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 |
하지만 유기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보호소를 설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주거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서 땅이 부족함은 물론이고 악취·위생 등의 문제로 주민들과의 분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강동구는 '카페'를 선택했다. 최 팀장은 "카페라는 친근한 공간을 활용하면 수도권에서도 운영이 가능할 뿐 아니라 유기동물에 관한 인식도 개선하고 접근성도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실제로 개소한 이후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고 자랑했다.
![보호장 옆에 붙어 있는 개체 관리카드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img.mbn.co.kr/newmbn/white.PNG) |
↑ 보호장 옆에 붙어 있는 개체 관리카드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 |
이곳의 주된 업무는 보호가 아닌 '분양'으로 한 마리의 강아지라도 더 새 주인의 품으로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의 유기견들도 센터에 오래 머무를 수 없으며 15일이 지나면 위탁보호소로 돌아가야 한다. 새로 들어오는 유기견들의 주인을 찾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분양 의사를 표명한 사람이 지목한 강아지는 한 달 이상 센터에 머무를 수 있다. 분양 신청자가 곧바로 강아지를 데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강동구에서 진행하는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 '강동 서당개' [사진 = 강동구청 제공]](//img.mbn.co.kr/newmbn/white.PNG) |
↑ 강동구에서 진행하는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 '강동 서당개' [사진 = 강동구청 제공] |
센터는 유기견의 재파양률을 낮추기 위해 입양 의사를 밝힌 신청자에게 한 달의 시간을 준다. 평생 책임질 수 있을지 고민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신청자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한 달 후 '입양식'을 통해 분양 절차를 밟고 5주간 의무 교육을 받는다. 교육 시간에는 산책법이나 배변 훈육법 같은 기본 '펫티켓'부터 반려인으로서 가져야 할 주인 의식 등을 배운다. 최 팀장은 "순간의 감정에 혹해 분양을 하고 다시 버리는 일이 없도록 신청자와 긴 시간 상담을 한다"고 말했다.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img.mbn.co.kr/newmbn/white.PNG) |
↑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 |
이처럼 체계적인 단계를 거쳐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비용이 필요하다. 예산이 빠듯하지는 않은지 묻자 최 팀장은 "(나라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해준다면 좋겠지만 재능 기부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무리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동구 수의사협회는 센터 유기견들의 예방 접종이나 간단한 치료, 반려동물 등록 등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유기견 없는 도시' 소속 훈련사들은 강사비를 받지 않고 교육을 해주고 있다. 또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 네슬리 퓨리나는 사료 308kg를 기부하기도 했다.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img.mbn.co.kr/newmbn/white.PNG) |
↑ [사진 = 이유현 인턴기자] |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유기견들이 새 보금자리를 찾길 바라고 있다.
센터 운영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최 팀장 또한 '유기동물 분양 활성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을 너무 쉽게 구하고 버린
다"며 "유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고 동행하기 위해서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며 "우리 센터가 반려동물 문화를 개선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인터뷰를 맺었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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