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만든 청와대 국민청원이 6개월을 넘어섰습니다.
그간 우리 국민들은 어떤 청원을 했을까요?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해달라'·'조두순의 출소를 막아 달라'·'권역외상센터를 추가 지원해달라'.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하고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청원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중 30일간 20만 명의 동의를 받은 9건에 대해 청와대도 성실히 답변을 해줬지요.
반면, 이런 청원도 있습니다.
'남성은 키가 170cm 이상, 여성은 163cm 이상인 사람만 롱패딩을 입도록 해달라'·'내 게임 캐릭터의 공격력이 떨어졌으니 게임 운영자를 사퇴시켜달라'·'아이 낳는 걸 의무화해달라'.
심지어 '한 유명인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니 처벌해 달라'는 장난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진위여부를 의심하는 댓글이 이어지자 청원자는 '장난이었다'며 다음 날 삭제를 요청했죠.
이젠 이런 부작용에 대응해 '무고죄 형량을 대폭 늘려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게시판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 정도면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와 다를 바 없죠.
미국 백악관의 국민청원 게시판 '위 더 피플'은 익명으로 하는 우리 국민청원과 달리 본인의 이메일을 입력해 계정을 만든 후에 글을 올릴 수 있고, 올린 후에도 150명의 지지를 받아야 검색이 됩니다. 또 연방정부나 주·지방정부 관할 사안이 아닌 건 답변하지 않는다며 분야도 제한을 두고 있죠.
조선 시대 신문고는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북을 쳐임금에게 고했던 제도입니다. 하지만 당시도 마찬가지로 사소한 개인 민원이 이어져 문제가 됐었고, 결국 일시적으로 폐지되고 말았죠.
제도를 바로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성숙한 국민 의식을 보이는 것도 좋은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제대로 된 답변은 제대로 된 질문에서 시작된다'.
혹 지금 쓰려고 하는 글이 있다면, 과연 우리 모두를 위한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