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관내에 이런 빈집이 많을 것으로 예상, 이를 매입해 개조 혹은 수리를 해 젊은이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빈집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했습니다. 사들이려던 집은 총 1,000채. 젊은이들은 좁게 살 수 있으니, 이를 4천 채로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건데, 2022년까지 6천200억 원이 넘게 들어가죠.
그런데 청사진과 현실은 너무 달랐습니다. 매입할 수 있는 빈집이 만 9천 채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조사를 해보니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역세권 근처에는 빈집이 많지 않았거든요. 확인된 빈집은 2,900채 정도, 이 중에서 매입 대상이 되는 집을 추렸더니 1,700채로 줄었죠. 이 중 집주인이 매도 의사가 없는 집이 75%였습니다.
사려고 해도 살 집이 없는 겁니다. 이래서 무리수가 나온 걸까요. 비운 지 1년 미만인, 그러니까 사실상 빈 집도 아닌 집을 사는가 하면, 한 채에 26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도 매입했거든요. 수리하거나 새로 짓기도 어려운 초소규모 주택을 매입한 경우도 있습니다. 매입한 초고가 주택은 개조나 수리 등 비용이 많이 들 테니 결국 비싸지는 건 임대료. 여기에 들어가 살려는 청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러니 서울시가 목표한 2022년까지 빈집 1,000채를 매입하고 정비하기 위해 너무 무리를 한 게 아닌가 의문이 들 수밖에요. 물론 안 그러는 게 더 좋지만, 일을 추진하다 보면 이게 아닌데 할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지금 욕먹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단 사업을 재검토하는 게, 멀리 봤을 때는 차라리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