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경기에서 가장 좋은 찬스는 무엇일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가장 득점 기대 심리가 높은 건 ‘만루 찬스’다. 볼넷이라면 밀어내기로 찬스를 계속 살릴 수 있고, 홈런이 터지면 한번에 4점이나 뽑을 수 있다.
때문에 만루 찬스가 오면 더 없이 기쁠 터다. 그런데 삼성은 전혀 웃지 못하고 있다. 만루 찬스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단 3득점에 그쳤다. 안타 13개와 사사구 14개를 얻고도 고작 뽑은 게 3득점이었다. 총 22이닝을 소화했으니 이닝당 평균 득점은 0.14득점에 불과하다. 빈곤한 득점력이다. 찬스를 꽤 많은데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2차전 잔루가 무려 16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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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두산에게 모두 내줬다. 타선이 침체된 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는데, 특히 만루 찬스를 번번이 놓치며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못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삼성은 1,2차전에서 3번의 만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이 찬스에서 점수를 뽑은 건 1점도 없었다. 황금 같은 찬스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1차전 8회 우동균의 안타와 배영섭의 볼넷, 박석민의 볼넷으로 2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1-7로 뒤진 터라, 많이 늦기는 했어도 한방만 나오면 경기 양상은 어찌 될지 몰랐다. 그리고 이튿날 열리는 2차전을 대비해 타격감 회복과 함께 예열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4번’ 최형우는 1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2차전에서는 문제의 정도가 더욱 컸다. 연장 10회와 11회, 두 차례나 만루 기회를 얻으며 경기를 끝낼 기회가 있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었다. 그렇지만 단 한 번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연장 10회 1사 만루에서 이승엽은 2루수 땅볼로, 김태완은 유격수 플라이로 힘없이 물러났다. 외야로 멀리 뜬공을 쳐도 됐지만 그게 안 됐다. 삼성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그 다음 공격도 다르지 않았다. 두산은 2사 1,3루에서 박석민을 거르고 강명구와 승부를 걸었는데 통했다. 강명구가 정재훈의 공을
1,2차전에서 삼성의 타선은 답답했다. 만루 찬스에서는 더욱 답답했다. 대량 득점은커녕 1득점이라도 뽑아내는 게 버거웠다. 남들에게는 최고의 찬스라지만, 삼성에겐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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