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프로야구 순위싸움의 절정은 뜨거운 한여름 레이스와 ‘끝장승부’의 계절, 가을이다.
그러나 야구의 매력은 사계절 내내 계속된다.
‘모든 팀이 우승기를 끌어안는 계절’ 봄이 있기 때문이고, ‘모든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계절’ 겨울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5개팀이 포스트시즌 탈락의 쓴맛을 봤다. 저마다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뼈를 깎는 쇄신의 겨울을 시작했다. ‘가을야구’를 치렀던 4개팀 역시 멈추지 않았다. 2014한국프로야구 MVP 서건창(넥센)의 호쾌한 기상이었던 ‘백척간두진일보’의 감동을 따라 지난해의 강팀들은 흐트러짐 없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이번 겨울 각팀들의 승전보가 시끌벅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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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의 잔류’로 시작된 SK의 겨울은 새해가 기대되는 희소식이 많다. 지난 5일 시무식에서 ‘명가의 재건’을 내걸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팬들의 열광 속에 김성근 감독(73)을 모셔온 한화는 치열하게 뒹군 가을 마무리캠프부터 송은범 배영수 권혁을 영입한 FA시장까지 연이어 ‘대박’을 터뜨렸다. 안으로부터의 변화와 밖으로부터의 변화가 두루 화끈하다.
‘FA 최대어’ 최정(28)을 일찌감치 눌러 앉힌 것만으로 SK는 이 겨울의 ‘대승’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노력을 적극 지원하면서 에이스 김광현(26)을 향한 ‘마음’을 보이고 잔류로 귀결된 결과 또한 실익이 컸다. 정우람(28)이 돌아오고 내부 FA를 모두 잡았다.
“지난해의 순위는 제자리가 아니었다”고 누구나 입을 모으는 강팀. ‘실리형’ 지도자 김용희감독(60)의 지휘 아래 제 전력을 추스르고 있는 모습 자체가 승전보다.
팀 첫 외부영입 FA를 역대 투수FA 최고 몸값의 장원준(84억원)으로 기록한 두산은 이번 겨울 ‘우리 구단이 달라졌어요’의 주인공이다. ‘화수분’으로 불리는 유망주 풀과 끊임없이 배출된 굵직한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비해 프론트의 과감한 투자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많이 떨어졌던 팀이다.
이번 겨울은 다르다. ‘물밑싸움’이 치열했던 장원준 쟁탈전에서 승리했고, ‘효자 에이스’ 니퍼트(34)에게 기록상 올해 ‘가장 비싼 외인’(150만달러)의 타이틀을 안겼다. 이어 현재 베어스 타선의 간판스타이자 ‘예비FA’인 김현수(27)에게 해외유턴파와 FA를 제외한 순수 국내선수 최고 연봉인 7억5천만원의 대박 계약을 선물했다.
뚝심과 끈기의 팀컬러를 되살리면서 “가장 베어스다운 모습으로 되돌아간다”고 선언한 신임 김태형감독(48)은 “나만 잘하면 된다”는 웃음으로 구단의 든든한 지원과 ‘기분 좋은 부담감’을 즐기고 있다. 기만 세워주면 ‘야구는 참 잘하는’ 팀으로 꼽히는 두산이라 이 겨울 분위기로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고 있는 중이다.
‘양상문LG’의 진정한 승부수 해를 앞두고 트윈스의 겨울도 차분한 승전보가 잇달았다. ‘모범 FA’ 박용택(36)의 잔류와 함께 차명석 김동수 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코치들이 돌아오면서 ‘LG야구’를 기다리는 팬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조용히 키워온 ‘젊은피’들이 폭발을 준비하고 있는 LG는 캡틴 이진영(35)이 5일의 시무식에서 “우승팀의 주장’을 소망한다”고 밝힐 정도로 각오가 싹 달라진 팀이다. 오랫동안 ‘화려한 서울팀’ 이미지의 LG였지만 이 겨울 만큼은 팀워크와 정신력에서 돋보이는 구단이다. 양상문감독(54)의 ‘시즌중 금주선언’까지 ‘대박’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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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양상문감독은 5일 시무식에서 ‘시즌중 코치진 금주’를 밝혔다. 선수단에는 각오를, 팬들에겐 ‘호감’을 보태는 발언이 됐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낸 넥센은 이번 겨울의 키워드가 ‘자신감’이다. 염경엽감독(47)의 새해소망은 ‘우승도전’ 네 글자. 6일 시무식에서 밝힌 이장석대표의 새해 계획은 도전을 넘어선 ‘성취’다.
넥센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서건창(3억원) 박병호(7억원)에게 부지런히 ‘대박’ 재계약을 안기면서 2014시즌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겨울의 분위기를 이어간 팀이기도 하다.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의 ‘원톱’ 구단 삼성은 겨울에도 지지 않는다. 윤성환 안지만을 잡았지만 배영수를 놓아서 평가가 애매했던 ‘FA시장’. 밴덴헐크를 놓쳐서 섭섭했던 ‘외인시장’. 그러나 ‘역시 삼성’은 승전보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이 겨울 외인 몸값 ‘몽땅 거짓말’ 의혹의 시초였던 알프레도 피가로(31)의 영입싸움에서 라이벌 LG를 이겼고, 외인타자 역대 최고 영양가를 겨루는 야마미코 나바로(28)를 붙드는데 성공했다.
KT는 기존 9개팀의 악착같은 철통방어로 ‘별볼일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20인외 특별지명에서 ‘슈퍼소닉’ 이대형(32)을 건졌다. 이 겨울을 열었던 ‘대박’이다.
NC는 10개팀중 가장 먼저 연봉계약을 마무리하면서 알차게 내실있는 겨울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세 번의 겨울 동안 깔끔한 이미지와 팀 분위기를 관리하면서 착실하게 호감도를 끌어올리는 팀으로는 다이노스만한 구단이 드물다.
'겨울야구'에선 모든 구단이 승리할 수 있다. 건강한 각오와 패기넘치는 청사진이 저마다 팬들을 설레이게 한다. '우리팀'은 여태 잠잠하다면? 기다려보자. 이 겨울은 6일 이제 소한(小寒)을 맞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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