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본격적인 리빌딩 작업에 착수했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미래를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
LG는 후반기 투·타에서 모두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정규시즌 4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44승57패1무를 기록하며 시즌 성적 9위에 머물러 있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는 승차가 11경기로 벌어졌고,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 한화 이글스와도 7경기차로 멀어졌다.
사실상 가을야구가 멀어진 시점에서 리빌딩 작업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LG이기 때문에 더 납득할 수 있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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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양상문 LG 감독이 1군에 올라온 좌완 유망주 임지섭의 불펜 피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LG는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0년의 암흑기를 청산하며 기적을 노래했다. 그러나 LG 팬들에게는 단 2년간의 달콤한 꿈같은 시간이었다.
LG의 올 시즌 목표는 3년 연속 가을야구 축제를 즐기며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양상문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으면서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숨은 목표도 포함돼 있었다.
LG는 스프링캠프부터 젊은 선수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양 감독이 유망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올 시즌 기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성과도 좋았다. 젊은 선수들은 캠프를 통해 가능성을 보였다. 베테랑 선수들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펼쳐졌다.
그러나 시즌 개막과 함께 양 감독이 구상했던 모든 시나리오가 뒤틀리고 꼬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주축 베테랑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했다. 젊은 기대주들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군에서 종적을 감췄다.
대표적인 기대주는 우타거포 최승준과 좌완 선발 임지섭이었다. 과정은 좋았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외야수 김용의와 채은성도 기대에 못 미쳤다. 후발 주자였던 문선재가 살아남았다. 내야진도 뒤죽박죽 꼬였다.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던 양석환이 잭 한나한의 부상 여파로 깜짝 등장한 것이 의외의 소득이었다.
가장 공을 들인 투수 파트도 임지섭의 부진과 함께 나침반을 잃었다. 임정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불펜에 머물렀고, 필승조로 어렵게 자리를 잡았던 정찬헌은 시즌 도중 음주운전 사고로 중징계를 받아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불펜에서 윤지웅을 건진 것이 거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결국 LG는 코칭스태프 개편까지 단행하며 궤도를 재수정 했다. 하지만 팀은 이미 망가진 뒤였다. 자연스러운 리빌딩 작업은 물 건너갔다.
최근 LG는 강제가 아닌 본격 리빌딩 중이다. 백업 포수로 출발한 유강남은 주축으로 자리 잡은 상태. kt에서 영입한 투수 유망주 이준형을 1군으로 올려 실전 테스트를 겸하기 시작했다. 타격에서 재능을 보인 외야수 서상우는 거포 1루수로 키우기 위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시즌 초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LG 뿐 아니라 모든 구단들의 리빌딩 작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과정의 방식으로 진행되느냐가 중요하다. 그토록 바라던 LG의 리빌딩을
LG는 10년의 암흑기 끝에 이룬 2년의 가을 축제도 베테랑들의 힘으로 즐겼다. 그 사이 성공적으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애증의 기억으로만 남은 채 LG를 떠난 정의윤(SK 와이번스) 사례를 곱씹어야 할 때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