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정부의 정책은 그 내용 자체도 중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여서 그 방향성이 중요하다. 리그의 정책도 그렇고, 구단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KBO의 ‘가을잔치’를 망쳤던 도박스캔들은 ‘명가’ 삼성의 신구 에이스들을 줄줄이 엮어내면서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줬다. 사법적 판단은 임창용 오승환의 벌금형까지. 결국 한미일 프로야구를 거친 귀한 스타 임창용은 ‘일단’ 불명예스럽게 옷을 벗었다.
이후의 전개가 중요했던 것은 이 리그가, 리그에 속한 구단들이, 또 야구판의 구성원들이 명예와 품위, 그리고 지켜내야 할 의무의 무거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것은 한국 프로야구가 앞으로 팬들 앞에 보여주고 싶은 모습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스캔들 이후 근 반년, 프로야구판의 대처와 정책 판단은 과연 국내 최고 프로리그에 바라는 팬들의 기대, 성숙해진 우리 사회의 개념에 걸맞은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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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원정도박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무적" 임창용이 KIA와 계약하면서 결국 시즌 공백없이 마운드로 복귀하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다 보니 먼저 유니폼을 벗은 임창용 만이 그래도 ‘속죄’를 떠안은 듯한 모양새가 됐고, 동정여론이 생겨났다. 냉정히 따지면 반년의 비시즌만 쉰 셈인데도 상대적으로 임창용의 ‘자숙기간’이 길어보였던 것은 오직 그만이 방출과 무적의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임창용이라는 투수가 이대로 야구를 끝내지는 않으리라는 기대, 어떤 ‘백의종군’ 형태로도 마지막 마운드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진작부터 있었다. 다만 최소 1년쯤의 공백을 예상했는데, KIA가 28일 무적 임창용과의 계약을 발표하면서 이 시기는 훌쩍 앞당겨졌다.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고 재기한 것과 비교하면서 국내에 남은 선수들에 대한 면죄부를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 미국과 한국은 도박산업의 규모와 합법성에 관한한 완전히 다른 나라다. ‘도박스캔들’을 판단해야 하는 전혀 다른 틀을 갖고 있다.
지난해말 도박스캔들이 삼성에서 터진 것은 결국 2009년 인터넷도박 사건 때의 온정적인 대처가 팀 내부적으로 경각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도박의 유해성과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 야구판의 개념이 상대적으로 안일하다는 관측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의 스캔들 이후 6개월 동안 야구판은 결국 그 의심을 씻어내진 못했다.
‘도박스캔들’로 임창용 같은 스타를 잃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한국야구의 상실이고 KBO의 상처다. 동료들보다 더 많이 고개를 숙이고 사
그러나 일탈에 대처하는 야구판의 의지, 명예롭고 품격있는 리그를 향한 야구판의 이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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