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2017시즌 KBO리그가 개막한 지 열흘 가량 지났다. 그런데 올 시즌 구도가 다소 의외다. 시즌에 앞서 예상한 판세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아직 시즌의 극 초반만 진행됐기에 선수들 몸도 다 풀리지 않은 상태. 장기전 흐름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몇몇 눈에 띄는 현상들은 단순 초반바람 혹은 일시적인 분위기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망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돌풍의 막내구단 kt...이번엔 다르다
가장 돌풍의 주인공은 바로 막내구단 kt다. 10일 현재 리그 단독선두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도 초반 잠시나마 1위를 한 적 있으나 금세 물러났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다르다. 8경기 동안 단 한 경기만 패배했으며 드러난 전력들 역시 만만치 않다는 인상을 줬다. kt는 8경기 동안 피어밴드-로치-주권-정대현-고영표까지 선발진이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줬고 불펜진은 8경기, 도합 22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 중이다. 김진욱 감독 지도 아래 베테랑과 영건들이 조화를 이루며 그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고 있는 모습. 아직 초반이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아 상위권 흐름이 지속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지난 2년처럼 승점자판기라는 인식은 확실히 없애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조심스럽게 5강권이 예상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kt는 개막 초반 8경기를 치른 10일 현재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엘롯기의 부활찬가, 리그 뒤흔들 메가톤급 태풍
바람을 탄 팀은 kt 뿐만 아니다. 근 몇 년 간 부산야구를 침체되게 만들었던 롯데가 이대호 효과와 함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초 시즌에 앞서 허약한 마운드 상황 등으로 인해 평가가 좋지 않았던 롯데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력이 예상보다 강했다. 이대호는 공백이 무색하게 연일 장타를 날리고 있고 새로 가세한 앤디 번즈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화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전준우, 이우민, 오승택, 신본기 등 나머지 타자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이 미치고 있다. 또 우려됐던 마운드는 영건 선발 트리오 김원중-박세웅-박진형이 성장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왔다. 긴급하게 수혈한 닉 에디튼도 첫 등판서 합격점을 받았다.
주말 롯데에게 연패를 당하며 기세가 꺾였지만 LG 역시 초반 행보는 나쁘지 않다. 개막 초반에는 6연승 가도를 달리며 순항했는데 지난해 가능성을 꽃 피운 영건 야수들이 경쟁하듯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 중 투수출신 이형종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운드도 허프, 임정우 등 에이스의 공백 속 소사, 신정락 등이 잘 메워주고 있는 편. 타선이 강화된 KIA 또한 최형우 효과와 함께 나지완, 안치홍, 김선빈까지 살아나며 쉬어갈 곳 없는 타선을 형성 중이다. 4,5선발 및 불펜진은 다소 불안하지만 양현종을 필두로 헥터-팻 딘까지 원투쓰리펀치는 리그 최상급이다.
상위권에 포진한 이들은 일명 ‘엘롯기’라 불리는 KBO리그 전통의 인기팀들. 서울과 경남, 호남을 대표하는 구단으로서 높은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이 침체되면 프로야구 전체가 침체된다는 인식도 있다. 매번 서로 순위가 엇갈렸는데 초반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올 시즌 전망만큼은 동반 가을야구가 기대될 정도다.
↑ 어마어마한 이대호 효과를 누리고 있는 롯데를 비롯해 LG, KIA가 함께 상위권을 형성하며 엘롯기 돌풍을 예고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초반고전...NC도 아직은
반면 시즌 초 예상과는 일부, 혹은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구단들도 있다. 이들 모두 아직 초반이라 섣부른 예상을 경계하고 있지만 몇몇 세부지표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
특히 지난 2년간 챔피언 자리를 지켰던 최강팀 두산은 혹독한 초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 넥센과의 3연전을 모조리 내주며 위기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 결과를 떠나 한 이닝 10실점, 3경기 도합 33점 실점이라는 충격적인 경기내용을 펼쳤다. WBC 후유증, 불펜불안 등이 초반 우려요소로 떠올랐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부진이 분명하다. ‘판타스틱4’로 불린 환상의 선발진도 초반 부진과 부상 속 다소 삐그덕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보여준 최강팀의 모습과 대비되며 그 충격이 더하다.
NC 또한 아직 초반이지만 지난해만큼의 매서움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에릭 테임즈의 공백이 분명 존재한다는 평가. 게다가 구창모-최금강-이재학 등 토종선발진이 기대보다 훨씬 부진하다. 다만 지난해처럼 시즌이 지날수록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예상과 달리 혹독한 개막 초반을 보내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오락가락 한화-넥센-SK
한화와 넥센, SK는 아직 평가가 다소 이를 정도로 오락가락하다. 한화는 예상과 달리 토종선발진(배영수-송은범-이태양)이 순항 중이다. 오히려 기대가 컸던 외인 원투펀치 오간도-비야누에바 조합이 생각보다 파괴력이 덜해 걱정거리. 타선은 야수들의 줄 부상 속 선전하고 있으나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의 갈등 속 점점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그래도 지난해 이상의 파괴력은 있다는 평가.
초보사령탑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은 개막 초반 5연패에 빠지며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으나 두산과의 시리즈를 모두 대승으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무기력했던 선수들은 ‘주장’ 서건창의 사이클링 히트와 ‘대형신인’ 이정후의 멀티홈런, 그리고 한현희의 성공적 복귀 등에 크게 자극받은 모습. 다만 아직 불안정요소가 많아 어떤 모습이 진짜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SK 역시 개막 후 6연패를 당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으나 주말 2경기를 잡아냈고 외인사령탑 힐만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SK는 새 사령탑의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녹아들지 않은 모습. 그나마 빈타에 허덕였으나 타선은 최정의 4홈런, 한동민의 4경기 연속 홈런으로 혈이 뚫린 느낌이다. 물론 지난해처럼 장타에만 의존하는 팀이 된다면 상위권 진입은 쉽지 않기에 마운드 등 보완점이 적지 않다.
↑ 넥센의 초반 행보는 다소 물음표지만 신예타자 이정후(사진)의 등장과 활약만큼은 대단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무너진 전통의 명가 삼성...최악의 초반행보
전통의 명가 삼성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지난 시즌 더 내려가기 힘들어보였던 9위조차 멀어 보일 지경. 삼성은 주중 LG전을 시작으로 주말 kt전까지 도합 5경기 동안 단 2점을 뽑는 심각한 타선집중력을 선보였다. 이마저도 현재 극도로 부진한 외인타자 러프가 8일 kt전 1회 투런포를 때려 얻은 득점이다. 8일 kt전 2회부터 10일 kt전 9회까지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시간을 거슬러 4일, 6일 LG전에서도 한 점도 얻지 못했다. 타선은 사실상 총체적 난관. 김한수 감독은 4일 LG전에 앞서 KIA와의 개막 시리즈 막판에 타격감을 어느 정도 살려 이제부터가 기대된다고 밝혔는데 오히려 정반대가 됐다. 더군다나 내야수들은 연일 수비실책으로 경기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마운드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으나 당장 올 시즌 최약체라는 전망을 피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 전통의 명가 삼성은 10일 현재 리그 단연 최하위. 게다가 지난 한 주 5경기 동안 단 2점에 그치는 빈타에 허덕이며 올 시즌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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